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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앞순서 1000만원에 팝니다"…난장판된 청약 잔여분 배정

 

 

 

청약과열, 미계약분까지 확산

주말 면목·휘경 신규분양 단지 선착순 배정하자 밤샘 줄서기, 떴다방 앞줄 선점후 판매 시도

잔여수량 미공개 등 부작용 커"추첨제·정보공개 추진해 기존관례 개선해야" 목소리

 

 

  지난 10일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최근 1순위 청약 및 정당계약까지 마무리 지은 중랑구 면목동 '면목 라온프라이빗'에서는 견본주택에 전화번호를 남기고 간 사람들에게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10시부터 견본주택에서 일부 잔여가구를 '선착순'으로 계약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추첨도 아닌 '선착순'이라는 문자가 발송되자마자 실수요자와 일부 '업자'들은 열 일을 제치고 막히는 퇴근길을 뚫고 견본주택 앞으로 달려갔다. 줄 서기는 저녁 7시부터 시작됐다. 무려 15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순식간에 20이 모였다. 문의를 해봐도 몇 가구가 남았는지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일단 줄을 섰다. 아침까지 100이 넘게 모였다. 그동안 은밀한 거래도 이뤄졌다. 먼저 와 줄을 선 사람들이 뒤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적게는 200~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제안하며 자기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 다음날 뚜껑을 열어보니 남은 가구는 10가구였다. 그 이후 줄을 선 사람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작에 10가구만 남았다고 했으면 이렇게 밤새 줄을 안 섰을 것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규제에도 '내집마련'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청약시장에서도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약통장이 없어도 계약이 가능한 정당계약 미계약분에 대해 일부 시공사가 '선착순' 분양을 하면서 밤샘 줄 서기를 하고, '줄값'으로 최고 1000만원까지 지불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위 '업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선착순 분양'의 맹점을 활용해서 매점매석을 시도해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면목 라온프라이빗의 미계약분은 대부분 저층 등 비인기 동·호수이지만 청약통장이나 청약가점이 없어도 계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내 새 집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면목 라온프라이빗은 7호선 사가정역에 가깝고 분양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문제는 잔여 가구 분양 방식에 있었다. 라온건설은 지난 10일 밤 선착순으로 잔여 가구를 배정한다고 일부에게만 '문자'로 공지했다. 건설사는 관행대로 몇 가구가 남아 있는지 사전에 밝히지 않았다. 희망을 갖고 밤샘을 한 대기자 대부분이 허탕을 쳤다. 이 같은 구조는 앞줄 자리를 300~1000만원에 팔려는 시도를 초래했다. 같은 날 한진중공업이 선착순 분양에 나섰던 동대문구 '휘경 해모로 프레스티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분양했던 삼성물산의 '래미안 DMC 루센티아''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잔여 가구 분양에서는 밤샘 줄 서기가 없었다. 정해진 시간까지 입장한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추첨을 통해 계약자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공사들은 '내집마련' 순서에서 신청자를 대상으로 추첨한 뒤 그래도 남는 물량을 선착순으로 배정했다""'내집마련' 제도가 최근 금지됐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선착순 물량 배분에 나선 것은 관행에 비춰볼 때 잘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잔여 물량이 꽤 많았고 워낙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브랜드여서 이벤트성으로 추첨 방식을 택한 것일 뿐, 래미안 사례를 따르지 않았다고 비난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게 문제다. 현재처럼 청약 신청을 할 때 까다로운 가점 계산을 청약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정확하게 산출돼 나오게 하고, 의도적으로 '부적격자'를 양산하는 비정상적 청약 신청에 대해선 철저한 감시와 모니터링,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사람들 중 20% 이상의 '부적격자'가 나오는 것은 청약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건설사의 시정 노력도 요구된다. '관행'을 이유로 잔여 가구 수를 공개하지 않거나, 홈페이지나 공식 루트가 아닌 일부 사람에게만 휴대폰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잔여 가구 분양 일정을 공지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밤새 줄을 서고도 헛고생하게 되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려면 예비당첨자 비중을 더 늘리거나 시공사가 잔여 가구 수를 수요자들에게 공개하게끔 하는 행정지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당장 지나치게 많은 웃돈이 붙거나 줄값을 받는 등 불법적 소지가 있는 거래에 대해선 정부당국이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20171114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