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주택 4만 가구 훌쩍
6채 중 1채는 입주 시기 이미 지나
부산·세종·대구 빼곤 집값도 하락
경동건설이 짓는 ‘안성 경동메르빌’은 지난달 26~27일 청약을 받았다. 3.3㎡당 분양가는 400만원대. 전국은 물론 안성에서도 낮은 분양가였지만 분양 실적은 참담했다. 317가구를 모집했는데 한명도 청약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기도지만 충청도와 가까운 데다 주변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일단 청약은 넣고 본다는 식의 ‘청약 불패’ 신화는 최소한 지방에선 완전히 사라졌다.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도 소비자 눈높이에 미달하면 미분양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 곳곳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산·세종·대구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곤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미분양은 늘고, 청약 열기는 시들한데, 향후 경기 전망까지 어둡다. 거기다 대규모 입주 쓰나미까지 몰려온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달아오른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열기 ‘착시’에 가렸던 양극화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4만4109가구다. 지난해 같은달 대비 2430가구 늘었다. 주택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던 2011년 6월 이후 가장 많이 쌓였다. 2015년 말 3만637가구, 지난해 말 1만6689가구, 9월 말 1만311가구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 수도권과 대조적이다. 2013년 이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64% 줄었지만 같은 기간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51% 급증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9월 말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170가구로 나타났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16% 수준이다. 그런데 지방에선 준공(입주) 시기가 지나서도 빈집으로 남은 ‘악성’ 미분양이 6채 중 1채 꼴이란 얘기다.
청약 현장 곳곳도 썰렁하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경기도 포천 신읍동에 짓는 ‘포천 신읍 코아루 더 스카이 1·2 단지’는 지난달 각각 166가구, 88가구 분양에 단 한 명도 청약 접수를 하지 않았다. 전북 ‘순창 미르채’는 75가구 모집에 1순위 신청자가 없었고, 전남 강진 ‘남양휴튼 1단지’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0.04대1이었다. 전용면적 80㎡ 157가구를 일반 분양한 경북 ‘칠곡북삼 서희스타힐스’는 23건이 접수돼 전 평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집값은 하락세다. 경남·경북·울산 등은 집값 상승률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다.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수도권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집값이 2.65% 오르는 동안 수도권은 1.85%, 지방은 0.67% 올랐다. 지방에서도 광역시를 제외한 8개 도는 0.2%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연말부터는 입주 쓰나미가 몰려 온다.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신규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3만8954가구다. 전년 동기대비 57% 늘었다. 그 중 지방이 6만4203가구다. 입주가 일시적으로 몰리면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부산·세종·대구 정도를 제외하면 지방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며 “이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강화하면 시장이 극도로 위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투기수요를 잡으려고 낸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지방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2017년 11월 3일 중앙일보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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