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 전세금 4년만에 약세…
교육특구 대치·상계·목동 수능개편에 세입자 떠나
세입자 매매전환 늘며 서울 전세가율 67.4%…2년만에 최저수준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가 좁아진 것을 노린 갭투자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갭투자의 메카'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아파트 일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 하락 조짐이 나오고 있다. 갭투자가 늘면서 전세로 나오는 집이 증가하는 반면 전세금 급등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직접 주택을 매입하거나 해당 지역을 떠나면서 생겨난 수급 불균형의 결과다. '갭투자의 메카'로 불리던 성북구 길음뉴타운 4단지 일대에선 중대형 전세금이 500만원가량 내려가는 '이변'이 나타났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길음뉴타운 e편한세상' 전용면적 102㎡형 전세금이 지난 5~6월 5억원에서 이달 들어 4억95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길음뉴타운에서 전세금이 하락한 것은 갭투자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83%였던 이 지역 전세가율이 한 달 새 82.5%로 떨어졌다. 4단지는 명문 학군으로 알려진 길음·길원초와 길음중학교로 배정된다는 점 때문에 교육 수요가 몰리면서 뉴타운 일대 '스테디셀러'로 통하던 곳이다. 길음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갭투자를 하겠다는 매수 문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집주인들은 세입자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도 비슷하다. 김동성 리센츠청자공인 대표는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좁아지면서 기존 세입자 중 상당수가 집을 구매해 전세시장을 빠져나갔다"며 "한동안 전세 세입자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성행했는데 그 결과 전세 공급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서울 대치동, 목동, 상계동 등 교육 수요가 꾸준했던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소유주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전세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치동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수능에 절대평가제가 도입된다는 소문에 좋은 내신점수를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가구가 늘어난 것도 대치동에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는 아직 일부 지역의 국지적 현상으로 여겨진다. 재건축 이주가 대대적으로 발생하는 강동구 등은 사정이 다르다. 강동구 명일동 신탁공인의 김원형 대표는 "둔촌 주공, 고덕 주공6단지 등 이주가 시작되면서 전세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2019년 솔베뉴 등 대단지 입주가 시작돼야 전세금이 크게 조정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세시장의 전체적 분위기가 수요자 우위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통계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증액 비용은 2년 전 8696만원에서 올 상반기 3137만원으로 63% 이상 부담이 줄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도 67.4%로 2015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금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양시장에 집중됐던 투자 열기가 갭투자로 옮겨 붙고 있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3년 주택경기 침체 이후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는 것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학습효과처럼 작용하고 있다"며 "예금 금리가 낮고 별다른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갭투자가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향후 2~3년 동안 수도권에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예정이어서 전세시장 가격이 약보합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2017년 7월 18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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