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70만원 내던 청약단타족, 이젠 원리금 月165만원
분양시장 대형 악재…투기열풍 꺾일듯
고정금리 집단대출 보금자리론 내놓기로
아파트 잔금대출 분할상환 의무화 조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 경고음에 깜짝 놀란 금융당국이 그동안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분양 아파트 집단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가계부채 급증세는 신규 분양 아파트 공급이 주도해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권 투기 열풍이 계속된 것은 투기세력이 집단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을 받으면 길게는 5년까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면 됐기 때문에 신규 분양 청약이나 기존 분양권 매입에 소득이 없거나 미미한 고령자, 대학생까지 분양시장으로 몰렸다. 입주 시점 이전의 분양권 전매를 차단한 것이 지난 11·3 부동산 대책이라면 이번 11·24 가계부채 대책은 원금 상환 능력이 없는 투기세력의 분양권 청약이나 분양권 매입에 우회적으로 제동을 거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대상은 내년 1월 1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가 뜨는 분양 아파트 당첨자에 대한 잔금대출이다. 통상 2~3년 걸리는 건축 기간이 지나 2019년이나 2020년 입주 시점에 받게 되는 잔금대출에 대해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분양가 4억원 아파트의 경우 잔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해 2억8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올해 이전 분양 아파트의 경우 대출받은 후 5년까지는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월 이자 70만원(연이율 3% 가정)만 내면 된다. 반면 내년 이후 분양 아파트는 거치 기간 1년을 거쳐 2년째부터는 매월 123만원(상환 기간 30년 가정 시)이나 165만원(상환 기간 20년 가정 시)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상환 부담이 2배 이상 확 늘어나는 셈이다. 상환능력심사 지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수도권 아파트 기준 60%)이 적용되지 않지만 사실상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면 청약이나 전매분양권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은행·보험뿐만 아니라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까지 전 금융권에 적용된다. 입주 시점에 잔금대출로 전환되는 중도금대출은 대출 성격상 상환 만기가 짧아 분할상환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스트레스 DTI가 80%를 넘으면 고정금리 방식 잔금대출이 의무화된다. 스트레스 DTI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실제 금리에 2%포인트 정도의 가산금리를 붙여 산정한 DTI다. 이 지표는 잔금대출의 대출한도를 산정하는 데 쓰이기보다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는 내년 1월 1일 이전 분양공고 사업장에 대해서도 고정·분할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1월 1일 이전 분양공고 사업장의 잔금대출 분할상환을 유도하기 위한 '입주자 전용 보금자리론'을 내년 1월 새롭게 내놓기로 했다. 보금자리론은 대출 기간 전반에 걸친 순수고정금리와 거치 기간 1년 이내의 분할상환을 전제로 한 상품이다. 이 때문에 보금자리론이 집단대출에도 적용되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DTI 기준을 초과하는 60~80% 범위의 고(高)DTI 분양자도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 대출 가능 분양가와 대출금 한도는 미정이다. DTI가 80%를 초과하면 보금자리론이 아닌 일반 집단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단위 농협 같은 상호금융권이나 새마을금고 역시 부분적으로 분할상환이 의무화된다. 만기가 3~5년으로 짧고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차주의 특성을 감안해 만기에 상관없이 매년 전체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분할상환하도록 할 예정이다.
총체적 상환 능력 심사를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도 연내 도입된다. 신규로 받는 대출만 계산해온 기존 DTI와 달리 DSR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존 빚을 모두 따져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금융당국이 일률적인 DSR를 정해주고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 취급을 줄여 나갈 개연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를 당장 규제 비율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참고 지표로 활용하고 필요하면 자율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부동산 '집단대출'에도 규제 카드를 꺼내들자 건설업계는 11·3 대책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분양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잔금대출 심사까지 강화한다면 분양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중도금대출도 간접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중도금대출잔액이 잔금대출에 포함돼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금융권이 중도금대출 때부터 상환 능력을 미리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1·3 대책으로 서울 등 주요 지역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랭한 상태에서 또 다른 강력한 규제가 나옴으로써 주택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잔금대출 때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아야 하는 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되면 분양시장에는 대형 악재"라고 전망했다.(2016년 11월 25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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