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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린

조율 조 율 김명린 주위를 체온화하려 열을 내뱉는 난로의 열기는 저온에서의 열이 더 뜨겁다 위에서 수증기를 내뿜는 주전자는 뚜껑울 여닫으며 온도를 조절하고 덜어낸 한 컵의 뜨거움이 내 순환 계열을 달린다. 그어진 안과 밖의 구역들은 언제부터인가 경직된 포장으로 넘나들었다 가끔 차오르는 열과 밀폐된 어둠 안에서 면적을 넓혀 가는 빙하의 조각들, 이 겨울 잎과 단절된 가지들은 회초리바람에 키를 세우며 새잎을 키우고 베란다의 다육들은 날마다 햇살의 길목에 엎드려 꽃을 피웠다 비단개구리 매운 배 갈라도 펄떡이던 부레같이 부풀어 오른 허파가 생각나는 밤, 밤새 시문을 두드리는 지문 자판 위에서 체온을 조절한다 김명린 시집 중에서 더보기
여름 연못 여름 연못 김명린 연잎 숲에는 연초록 수직들이 보초를 선다. 물풀 위 청개구리 무거운 눈까풀 내리감고 세 시의 정적은 잠자리의 날갯짓도 조심스럽다 둥근 잎들은 바람의 무게를 햇살의 무게를 떨어진 꽃잎의 무게를 저울질하다 수평만 담아 놓는다 내려다보는 세상 얘기 흰 구름이 속살거리면 나란한 아래는 바람도 잠드는 잔잔함이 머물고 고요 속에는 진흙탕도 정화되어 맑은 물이 된다고 동그란 웃음으로 화답을 한다 연밥 차려놓은 꽃잎 하늘 강에 닻을 올리고 구름 따라 길 떠난다 * 폭염의 시간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활기찬 월요일 시작 하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꽁초들의 이야기 꽁초들의 이야기 김 명 린 공원 벤치에 담배꽁초들이 오종종 모였다 풀물든 꽁초들이 담뱃값이라도 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서로들 끄덕인다 건널목 건너던 샐러리맨 꽁초 남은 초록의 시간이 지루한 듯 옆 차선 지나가는 차들의 명암을 읽는 여유를 부린다 실연당한 꽁초들에게 우체통은 고민은 빨리 내게 맡기라고 얼굴 붉히며 눈총을 주고 저녁 회식 자리 재수 없는 상사가 따라 주는 소주를 마신 꽁초가 소주를 병째 들이키며 먹는 척 흉내만 내는 꽁초에게 야! 넌 물이나 먹어 술기운에 목청 높이다 재떨이에 피식 코 박고 꼬부라진다 방금 노래방 계단을 내려온 꽁초가 16살 핫팬츠 허벅지를 올려보며 윙크를 보낼 때 어둑어둑한 아파트 공사장을 나온 외국산 꽁초가 슈퍼 앞에서 말보루를 불러낸다 * 한낮에는 무더위가 느껴지는 초여.. 더보기
봄을 우리다 봄을 우리다 김명린 햇빛이 봄을 우리고 있다 봄날의 여정이 천천히 풀린다 지난여름의 폭염과 가을의 바람, 로진느 향기를 찾던 입술 자국들이 꽁꽁 언 겨울을 풀어헤친다 먼 초록들을 창가로 불러들인다 노랑, 분홍, 초록 넝쿨장미 담을 넘는 소리가 유리 주전자 속에서 끓고있다 * 봄은 세상가득 펼쳐졌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많은 행복을 엮어가고 있는것 같다. 5월 5일 일요일, 남양주 진접의 한 음식점. 어린이날 그리고 이어서 오는 어버이날을 위해서 부모에게는 효를, 자식에게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하루에 그친다고 할 지라도, 기억하고 노력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아 보였다. 5월은 감사할 수 있는, 그리고 되돌아 보며, 함께하는 가정의 달임이 다시한번 크게 느껴졌다... 더보기
나무는 지금 검색 중 나무는 지금 검색 중 김명린 겨울 동안 바람을 키우던 나뭇가지가 추위 가득한 새순을 틔웠다 계절의 문을 여는 나무들 봄이 점점 자란 손바닥 모양의 잎들은 밤이면 별들을 클릭한다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목동자리 시력이 닿는 곳까지 나가 몇 개의 신생 별자리를 데리고 온 아침 반짝거리는 햇살을 부려 놓는다 깊은 어둠을 더듬던 가지가 가장 밝은 아침을 맞는다 긴 수로를 헤쳐 온 가지의 끝은 작은 풍력만 닿아도 밑동까지 햇살을 실어 나른다 하룻밤의 어둠이 빠져나간 자리로 굵어진 더위를 내려보며 날짜들을 우수수 털어 내는 바람의 모퉁이에 새들의 블로그가 만들어져 있다 바람 잔잔한 날 별자리 사이를 굴러다니며 잠들어 있는 이파리들 자면서도 물을 따는 손들이 있어 떫은 열매들이 자란다 바람의 길을 탐지하는 어린 가지들 .. 더보기
달의 씨앗(시안 황금알 시인선58) 동행 김명린 열매를 수확하는 계절 광대한 자연은 가끔 사람을 미미한 존재로 몰아세운다 흘림골 칠형제 봉우리를 감아 오르는 등산객 행렬 나란히 발자국 남기는 일이 생의 목표였다는 듯 무언의 언어로 사슬처럼 산을 감는다 만불상의 전설은 메아리로 스며들고 햇살이 눕는 계곡의 그늘에는 지나는 시선이 은밀을 캔다 여심폭포의 물은 동해를 향해 몸을 뒤틀고 손 놓기 싫은 계고곡물은 오늘 밤 더 밝은 달 띄우려나 설악산 낮달을 헹구고 있다 흐르는 것들은 늘 이별하며 산다 또 다른 만남이 계절처럼 돌아오는 보내는 이별은 슬프지도 않겠다 산딸기 찔레꽃 자라는 곳은 기억의 순환이 쉬어 가고 되돌릴 수 없는 물길을 따라 긴 하산길이 흐른다. * 명태랑의 시인 친구가 금년 가을에 시집을 냈고, 어제 우편으로 도착했다. 정겨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