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 맞춰 일정 바꿔라" 정부 지시에 위례 연기 이어
강북 재개발도 줄줄이 늦춰 서울·경기 1만여가구 차질
올가을 `분양 성수기`가 사라졌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앞세워 위례신도시 분양을 청약제도 개편 후인 12월 이후로 연기시킨 데다 강남북 재개발·재건축도 정부와 분양가 조율에서 난항을 겪고 각종 잡음이 겹치면서 `올스톱`된 것이다. 10월과 11월 서울·경기에서 풀릴 예정이었던 2만7000여 가구 중 상당수는 사실상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16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HUG가 10~11월로 예정했던 위례신도시 분양을 12월로 미루라고 지시한 후 서울·경기 요지의 재개발·재건축 및 택지지구 분양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이달 분양 예정이었던 동대문구 용두5구역 재개발 사업지인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도 일정이 `미정`으로 바뀌었고, 성북구 길음1구역 롯데캐슬 분양도 10월 분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홍보를 중지했다. 최고 65층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재탄생하는 청량리4구역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연말`로 일정을 잡았지만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현대건설이 짓는 서초구 삼호가든3차 재건축인 `디에이치반포`와 강남구 일원대우 재건축은 8월 분양을 계획했으나 현재는 올해 분양을 기약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경기권에서는 판교 생활권에 중대형 100%라 관심을 모았던 도시개발사업 단지 판교대장지구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가 10월 분양을 결국 포기했다. 통상 추석이 지난 후 9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는 가을 분양 극성수기다. 그러나 주요 분양 물량이 줄줄이 밀리면서 서울은 연말까지 사실상 `분양 제로` 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 꼽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HUG와의 분양가 협의 문제다. 서울 지역 주요 분양 물량이 미뤄진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정부의 타이트한 분양가 심사와 급작스러운 청약제도 변경 등으로 `불확실성`이 대폭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분양을 준비하다가 일정을 `미정`으로 돌린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달 분양이 예정됐던 북위례 분양 물량을 강제로 연기시키면서 사실상 12월로 분양을 미루라는 정부의 `시그널`로 업계 전체에 전파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분양 주택 공급 구조에서 HUG가 보증을 내주지 않으면 분양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 수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회사 내부에서는 아예 `후분양`으로 돌리는 게 어떠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발표한 무주택자 우선 청약제도가 실행되는 11월 말~12월 이후 분양을 재개하라는 입장이지만 겨울 분양을 꺼리는 업계 특성상 주요 분양은 내년 봄까지 밀릴 수 있다. 일반분양을 통해 수천 가구가 공급될 수 있는 타이밍이 수개월 밀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부동산 업계 주변의 일자리 등 `민생 경기`는 극도로 얼어붙고 있다. 분양을 하면 한 사업장마다 최소 100~2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상담사나 텔레마케터, 안내요원 등으로 고용하는데, 이들도 최소 연말까지 `개점휴업` 상태가 불가피해졌다. 한 달에 수천 명씩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이미 다 채용해놓은 인원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해프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2018년 10월 17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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