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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시세 7.5억<공시가 7.9억…"집값 내려도 세금 더 내라니"

 

 

공동주택 공시가 열람시작…`공시가 역전` 현실화, 트라움하우스 등 초고가 이어

16억원짜리 평창동 아파트가, 과세기준보다 낮은 7억대 거래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을 확정한 가운데, 코로나19 위기로 집값이 떨어진 고가 주택들 중 공시가가 시세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에서는 최근 집값이 수억 원씩 떨어지면서 시세가 공시가에 육박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 하락폭이 커지는 와중에 세금을 내는 기준인 공시가만 높아지자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은 떨어졌는데 세금만 늘었다"며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아파트 엘리시아는 최근 `반값`에 가까운 거래가 이뤄지면서 공시가가 시세를 추월했다. 이 아파트 전용 200㎡(5층)는 지난달 26일 7억5110만원에 손바뀜됐다. 2016~2017년만 해도 16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해 12월 9억6500만원에 거래되더니 이달에는 7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확정된 공시가는 7억9700만원으로 공시가가 실거래가보다 높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가 작년만 해도 10억원대였는데 저 거래는 시세보다 훨씬 싸게 성사됐다. 지인 간 거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맞는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월 초고가 아파트 서초 트라움하우스가 종전 최고가보다 8억원 낮은 40억원(전용 273㎡)에 거래되면서 공시가(40억8400만원)가 실거래가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 데 이어 10억원대 아파트에서도 공시가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으로 부동산 거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공시가 역전`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정부는 유독 10억원 이상 주택 공시가를 집중적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5.98%이지만, 12억~15억원은 17.25%, 15억~30억원은 26.15%, 30억원 이상 아파트는 27.4% 상승했다. 부동산 하락세가 지속되면 `공시가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성래미안1` 아파트(전용 84㎡)는 지난 2월 11억원에 손바뀜됐다. 직전 최고가 13억90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8억1600만원에서 올해 9억1400만원으로 올랐다. 이번 하락장에서 실거래가가 떨어지면서 공시가격과 갭이 2억원 미만이 됐다. 또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전용 114㎡)도 지난 2월 10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직전 최고가 대비 3억5000만원 떨어졌다. 올해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8억54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78.3%에 달한다. 30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도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이 바짝 붙었다.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 시세가 수억 원 뚝 떨어지면서 정부의 현실화율 목표치인 80%를 훌쩍 넘어선 경우가 속출했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아파트(전용 157㎡)는 최고가 대비 8억8000만원 떨어진 30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7억1200만원이므로 현실화율은 88.9%에 달한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 하락폭이 유독 크다. `양도세 절세 매물` `총선 실망 매물`과 같은 급매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전용 107㎡)는 최근 33억5000만원에 거래돼 공시가격 29억6900만원과 차이가 불과 3억여 원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작년 말 시세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해 올해 1월 이후의 주택시장은 공시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공시가격이 올해 1년 동안 각종 조세 부과 기준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시세가 떨어진 아파트 거주민들은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래미안 옥수리버젠(전용 84㎡)은 최근 집값이 15억원대에서 13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공시가는 9억1200만원에서 10억3100만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재산세는 지난해(266만원)보다 100만원 가까이 증가(365만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옥수리버젠을 소유한 박 모씨는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급격하게 공시가를 올려버리니 코로나19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운데 세금부담이 더 늘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택 가격이 외부 요인으로 변동폭이 클 수 있어 공시가격은 시세 대비 70% 이하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공시가격을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열람할 수 있게 한 뒤 다음달 29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의신청 건에 대해서는 재조사를 실시해 오는 6월 26일까지 가격을 최종 확정·통보한다.(2020년 4월 29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