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세조 때의 일이다.
세조는 어느 날 구치관이라는 사람을 새로운 정승으로 임명하였다. 그런데 구치관은 전임자였던 신숙주와
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 챈 세조는 전인자와 후임자 사이의 갈등을 풀기 위해 고민을 하던 중 하루는 그들을 어전으로
불렀다.
그리고 임금의 물음에 틀린 대답을 한 사람에게 벌주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세조는 우선 "신 정승"하고 불렀다.
신숙주가 대답했다.
"예, 전하."
"내가 언제 신 (申) 정승을 불렀소? 신(新) 정승을 불렀지. 자 벌주를 드시오."
신숙주는 벌주를 한잔 죽 들이켰다.
이번에는 세조가 "구 정승" 하고 불렀다.
구치관이 대답했다.
"예, 전하."
"허허, 난 구(具) 정승을 부른게 아니오. 구(舊) 정승을 부른 게지. 자, 벌주를 드시오."
이렇게 해서 구치관도 벌주를 마셨다.
세조는 다시 "신 정승" 하고 불렀다.
이번에는 구치관이 대답했다.
"예, 전하."
"허허, 또 틀렸군요. 이번에 신(新) 정승이 아니라 신(申) 정승을 부른 것이오. 또 벌주를 드셔야겠소."
세조는 이런 식으로 두 정승에게 계속해서 벌주를 주었다. 결국, 두사람은 잔뜩 취하여 서로의 속마음을 털
어놓게 되었고,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한나라의 임금인 세조는 재치있는 말로 아랫사람인 두정승의 갈등의 응어리를 풀어 주기 위해 묘책
을 생각해낸 것이다.
갈등은 분명 사람들 사이를 불편하게 하지만, 일단 풀리고 나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정환 저 < 재치있는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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