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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기의 미소/문화 산책

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져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내 소녀시절 가을날을 함께 했던 대표적인 시...

 

50년대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31년을 살다가 떠난 작가의 허무적 애환을 가득 담고 있는 시다.

6.25 전쟁이란 아픈 시대적 상처속에서 희망을 꿈꿀 수 없었던 때,

젊은 작가가 마주쳤을 상실과 고뇌를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목마와 숙녀>는 가을의 정서와 어우러져

한때 가수 박인희씨의 낭독시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문득 생각난 <목마와 숙녀>를 되뇌이며,

조금씩 멀어져 가고있는 2012년 가을의 아름다웠던 이미지들을 헤아려 본다.

오늘도 가을은 조용히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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