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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부채 총액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건설·부동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오히려 '심리적 위축'이 더 큰 위협 요인이란 분석이다. 25일 건설·부동산업계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인 1207조원이고 그중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발표에 부동산 시장이 더욱 냉각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전일 한국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 608조원에 달하며 앞으로 집단대출이 집중된 2~3년간 잔액이 매월 3조~4조원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부채' 총액만 강조되면 적절한 부동산 부양책이 적시에 나오기 힘들어진다. 주택 실수요자들도 "막차를 탈수 있다"며 구매심리가 차갑게 식어 부동산 시장엔 직격탄이다.

  결국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집값보다 대출금이 더 많은 깡통 주택이 속출하면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분양받은 주택을 포기하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건설·부동산 전문가 상당수는 가계부채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나친 우려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주택담보대출은 집을 담보로 해 다른 대출상품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대출"이라며 "대출 총액만 부각돼 부동산 구매심리가 위축되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15년 12월 말 0.27%에 불과해 이상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기업대출 연체율(0.78%)이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0.48%)보다 훨씬 낮다. 금융권에선 대출 연체율이 2%를 넘어서면 위험 신호로 본다. 

  모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액을 관리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은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론도 거론하지만 주택담보대출만 보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110%까지 나와 주택시장 냉각과 함께 금융권이 망가졌지만 한국은 LTV를 60% 선에서 관리해 금융권 부실을 초래하긴 힘들다.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담보 가치와 상환 능력에 맞춰 관리되고 전세제도 때문에 이자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중 40%를 차지하는 집단대출에 대해 금융당국은 은행이 알아서 위험을 관리하라는 입장이다. 집단대출은 이달 수도권 지역부터 시작된 대출규제 강화 가이드라인에는 적용되진 않지만 주요 은행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집단대출을 꺼리고 있다. 다만 계약자가 집을 던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금융권은 담보인 집을 가져가지만, 잔금 30%를 못 받는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또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창업한 생계형 주택담보대출은 경기 하락에 민감하다.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계부채에서 저신용자 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지 연체율이 높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총량만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현실 왜곡"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서브프라임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옥죄는 것만 해답이 아니라 주택가격을 적정 선에서 유지해야 경제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민들은 '돈 빌려 집 사라'고 했던 정부가 1년 만에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부채 주범으로 모는 행태에 분통을 터뜨린다. 지난해 용인에 신규 분양을 받은 박 모씨는"정부가 주택정책을 경기 부양을 위한 일회용 불쏘시개로 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2016년 2월 26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