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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한달새 전셋값 2억 치솟자 `눈물의 대출`…규제 따로 현실 따로

 

 

전세대출 올해 14조 급증, 5대銀 잔액 94조…100조 눈앞

장마·휴가철에도 한달새 2조↑, 집주인 예금금리 3~4배 받는

반전세·월세 선호현상 심화, 전세대출 받은 반전세 세입자

월세 분류돼 통계왜곡 현상도, 혼돈의 부동산시장

 

 

정부가 전세대출을 옥죄는 규제를 내놨지만 시중에서 전세대출은 오히려 급증하는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됐다. 정부 규제 시행 전에 전세대출을 받아 이 돈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급증했고,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오히려 대출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지급하는 반전세도 보증금이 급상승해 전세대출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대출의 급증은 주택 가격의 변동이나 소득 감소로 상환능력이 떨어질 경우 `전세푸어`를 대거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전세대출 급증 현상의 원인으로는 먼저 전세대출까지 끌어다 주택을 사려는 `패닉바잉`이 현실화한 점이 꼽힌다. 전세 거래량은 줄었지만 주택 거래량은 정부 규제와 동시에 크게 늘어난 점이 이를 반영한다. 특히 3040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정부 규제 전에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갭투자` 영향도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며 전세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보태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를 막겠다며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후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샀을 때 전세대출을 즉시 갚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지만, 규제 적용 대상이 지난달 10일 이후에 전세대출 신청, 규제 대상 아파트를 구매한 경우여서 아직 대출이 적극적으로 회수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자금조달계획서, 소득 등 요건이 까다롭지만 전세대출은 비교적 쉽게 나왔다"며 "올 상반기에는 전세를 살고 있는 30대 실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현상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전셋값 급등도 전세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파트 전세는 최근 매물 자체가 없는 `제로(0) 단지`가 속출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다. 2100가구 규모 수원 힐스테이트영통은 9일 전세 매물이 달랑 한 건이다. 1000가구 규모 역삼래미안은 전세가 4건밖에 없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중복 매물을 빼면 3~4개가 전부"라고 했다. 송파 헬리오시티는 전용 84㎡ 전세 호가가 10억~10억5000만원이다. 6월만 해도 8억원 후반대였는데 2개월도 안 돼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직장인 이 모씨는 "12월 이사를 앞두고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3개월 전에 비해 2억원씩 올라서 깜짝 놀랐다. 갑자기 2억원을 마련할 수 없어 경기도 외곽으로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은 전세를 원하는데 집주인은 강화된 실거주 요건과 초저금리 등으로 인해 반전세·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 비중은 75%로 지난해 12월 70%에 비해 5%포인트 올라 여전히 전세 수요가 높았다. 목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은 `월세는 나가는 돈` `전세는 돌려받는 돈`이라고 봐서 어떻게든 전세를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전세가 간혹 나오면 금세 소진된다"고 했다. 반면 집주인들은 월 10만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반전세(준전세)·월세를 선호한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연 0.8% 수준에 불과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선 보통 전세보증금의 4∼6%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세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작구 한 아파트(전용면적 114.65㎡)의 전세 보증금은 평균 약 5억7000만원인데, 이 집주인이 보증금을 정기예금에 2년간 묻어둘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입은 연 456만원(예금금리 0.8% 적용·세전), 월 38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현재 같은 단지·평형 아파트의 월세는 150만원(보증금 3억원) 수준이다.

 

 

보증금 3억원의 운용 수익을 아예 고려하지 않더라도, 단순 계산상 월세 임대인의 월 수입이 전세의 3∼4배에 이르는 셈이다. 갈수록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바꿔놓는 집주인, 전세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전셋값이 뛰는 이유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셋값이 크게 올라 부담스럽거나 매물이 아예 없는 상황에선 절충안으로 반전세를 계약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남가좌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 귀하고 가격이 1억~2억원씩 뛰다 보니 세입자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집주인들은 10만원, 20만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물건이 없으니까 전세대출 이자는 이자대로 내고, 월세도 또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전세의 함정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반전세는 거래량 집계에선 `월세`로 잡히지만, 은행에선 전세대출 담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면서도 전세대출이 늘어나는 통계상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2020년 8월 10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