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실제 거래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원 넘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기존에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쌌던 주변부의 전셋값 상승률이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두드러졌다. 이와 달리 월세는 공급이 늘어난 덕에 소폭 하락했다. 이는 전셋값 상승세가 본격화한 2012년부터 전세 기간 2년을 주기로 2014년, 올해 각 2월에 계약된 국토교통부의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 15만4852건을 분석한 결과다. 3월 계약분이 모두 집계되지 않아 2월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2012년 2월 1억6704만원에서 올 2월 2억2754만원으로 4년 새 36.2% 뛰었다. 이 기간 정부의 공식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 상승률(22%)의 1.6배다. 거래가 없는 집을 포함한 중개업소의 호가 기준이 아니라 실거래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체감’ 상승률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4년 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6359만원에서 3억7261만원으로 1억1000만원가량(41.4%) 뛰었다. 동작(55.1%)·송파(54%)·성북(51.7%)·은평구(51.4%) 등이 50% 넘게 올랐다. 강남구와 서초구 상승률은 각각 43.9%, 26.7%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심부보다 주거 선호도가 다소 떨어지는 주변 지역 전셋값이 눈에 띄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강남권에 들어가려는 수요는 강남·서초구보다 보증금이 적은 송파·동작구로 향했기 때문이다. 싼 전세를 원하는 사람은 서울 도심을 벗어나 성북·은평구 등 외곽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도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싼 지역인 인천(75%), 파주(79%), 김포(70%)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 2월 계약된 서울시내 구별 평균 전세보증금은 강남구가 5억737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서초구가 5억2181만원으로 그 다음이었다. 중랑구가 2억2126만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금천·노원·도봉 등도 2억원대였다. 강남구와 중랑구 간 보증금 차이는 1.6배에 달한다. 주택 크기별로는 60~85㎡형의 30평대 안팎 중소형이 가장 높은 49.5%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60㎡ 이하 소형이 38.7% 올랐고 85㎡ 초과의 중대형은 36.4% 상승했다. 전세 수요가 주로 3~4인 가구가 많이 찾는 방 3개짜리 주택에 몰려서다. 이와 달리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는 2012년 2월 49만원에서 올 2월 47만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86만원에서 71만원으로 17.8%나 내렸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해 월셋집이 늘면서 월세가 하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 2월 계약된 평균 월세는 서초구 105만원, 강남구 10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용산구도 104만원으로 100만원을 넘었다. 용산에 큰 주택이 많고 미군부대 근무자들의 월세가 비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기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전셋값에 대한 세입자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거 분양된 아파트가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입주해 전셋집 공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대규모 분양이 많아 입주물량이 급증하는 외곽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꺾이고 도심도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잇따른 준공으로 전세시장이 다소 숨통을 틔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세입자보다 집주인이 더 원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월세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2016년 5월 10일 중앙일보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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