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 17:11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초나라 명재상 손숙오는 골치아픈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했다. 왕이 수레 바퀴의 규격을 바꾸라고 명령한 것이다. 왕은 수레가 높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린 지시인데 문제는 바퀴 크기가 규격화돼 있어 변경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백성들에게 수레 바퀴를 교체하라고 하면 저항이 심할 게 뻔했다. 여론이 나빠지면 정치도 어려워지니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손숙오는 고심 끝에 백성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자연스럽게 수레 바퀴가 큰 것으로 바뀌게 하는 정책을 고안했다. 성문과 관청의 문지방 턱을 높인 것이다. 관리들은 갑자기 시행된 정책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손숙오의 명령에 따라 문지방 턱을 높였다. 백성들도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났다. 문지방 턱을 높이자 낮은 수레로 관청이나 성을 드나들 때 불편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바퀴를 큰 것으로 바꿨다. 직접 교체하라는 정책을 썼을 때 나타날 저항 없이 정책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다.

 

 

이렇듯 정책은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17일 수도권과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잠실과 삼성 등 개발 호재로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곳은 아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갭투자를 못하도록 했다.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대출도 강화했다. 부동산 법인에 대한 세금도 올렸다. 집값 상승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중에 유동 자금이 풍부한 데다 20번이 넘는 정책이 나오면서 규제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규제가 있을 때 잠시 추줌하다가 다시 가격이 오르는 추세가 반복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뿌리 깊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부동산 정책이 나오려면 투기세력만 볼 게 아니라 주택 수요자와 시장의 흐름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규제보다는 공급 측면에서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집값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실수요자가 원하는 공급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공급 정책이야말로 수레 바퀴를 큰 것으로 바꾸라는 직접적인 규제가 아닌 문지방 턱을 높여 자연스럽게 바퀴를 교체하도록 하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다.(2020년 6월 18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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