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프리미엄` 압구정 15% 오를때 도곡동 10% 떨어져
아파트 평균 매매가, 한강 가까울수록 높고 멀어질수록 낮아져
교통·조망 최상인데 층수제한으로 공급 한정…희소가치 높아 강세
1970~1980년대 '개도 포기한 동네'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강남구 개포동은 2000년대 들어 학군 프리미엄과 양재천, 대모산 등 풍부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최고의 부촌으로 떠올랐다. 10년 전인 2007년 강남구 개포동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무려 4383만원이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부촌 압구정동조차 개포동 아성에 밀려 주춤할 정도였다. 뒤이어 개포동과 인접한 '학원1번지' 대치동과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던 주상복합의 신화, 도곡동은 누구나 인정하는 당시 최고 부자 동네였다. 개포동~대치동~도곡동 벨트는 가장 대표적인 부촌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7년 상황은 다르다. 매일경제가 팜파트너스에 의뢰해 분석한 서울시 부촌지도를 보면 상위 5개 단지의 3.3㎡당 평균 매매가가 5000만원 이상을 의미하는 짙은 적색 영역은 한강변에 가까울수록 많아졌다. 3.3㎡당 1000만원 미만의 주택을 나타내는 녹색은 한강과 멀어질수록 넓게 포진한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서울시 250개 동의 '국민면적'인 30평대(전용 82~86㎡) 아파트 상위 5개 단지의 실거래가를 분석했다. 이를 등고선 모양으로 형상화하니 가장 아파트 매매가가 비싼 곳은 한강변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 분석 대상은 총 2만614가구에 달한다.
한강변 메리트로 날아오른 대표적인 곳이 압구정동이다. 10년 전 개포동에 밀렸던 '전통의 부촌' 압구정동은 재건축 물량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3.3㎡당 아파트 매매 평균가가 15%나 올라 4691만원이 됐다. 아파트 평균 매매 시세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 밖에 순위에도 없던 잠원동이나 서빙고동, 용산동5가, 청담동이 10위권으로 무더기로 진입했다. 모두 한강변에 아파트가 많은 동네들이다. 반면 한강에서 멀어지는 곳의 아파트 시세는 주춤했다. 2007년 3.3㎡당 평균 시세가 3806만원에 달했던 대치동의 2017년 3월 시세는 3765만원으로 되레 떨어졌다. 도곡동의 경우 더 심각하다. 2007년 평균 3353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3023만원으로 10% 하락했다. 이 때문에 상위 10위권에서도 밀려났다.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서울 집값 상황에서 마이너스 성장은 흔치 않은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치동이나 도곡동을 선호했던 사람들이 반포나 잠원 등 한강변 신흥 부촌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대치동의 경우 1608가구 규모의 래미안대치팰리스가 청실아파트 재건축으로 신규 공급됐고, 부침이 있긴 했지만 은마아파트 등이 재건축 이슈로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그 위세가 많이 꺾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목받지 못했던 동네가 한강 프리미엄을 업고 폭등하는 사례가 꽤 된다. '옥수 래미안리버젠' 등이 있는 성동구 옥수동이 대표적이다. 2007년만 해도 3.3㎡당 가격이 1751만원에 불과했던 이곳의 2017년 시세는 2361만원으로 34%나 상승했다. 같은 성동구에서도 한강에서 거리가 꽤 있는 도선동이 10년 만에 11% 정도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마포구도 한강과 가까운 망원동은 2007년 3.3㎡당 1000만원을 겨우 넘겼던 시세가 10년 만에 1424만원까지 올라 31% 상승세를 보인 반면, 망원동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1541만원)을 형성했던 같은 구 도화동은 현재도 1565만원 수준으로 10년 새 거의 오르지 않았다. 부촌을 형성하는 데 한강이 미치는 메리트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은 수급 측면의 희소성이다. 서울을 남과 북으로 가르는 한강 주변 아파트들은 조망권, 생활환경, 도심 접근성 등 모든 측면에서 우월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는 계속 몰리는데 물리적으로 공급은 늘릴 수가 없다. 노필성 팜파트너스 상무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주거지역은 앞으로도 매우 한정적인 고급 주거 입지에 따른 희소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곳곳에 숲, 산, 하천 등 좋은 주거지를 만들어주는 자연환경은 많이 있지만 희소성 측면에서 한강과 차원이 다르다"며 "서울시가 조망권 등을 이유로 35층 규제처럼 개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현존 단지를 재건축하더라도 공급 증가분은 한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한강 이남의 아파트들이 '강남 프리미엄'을 업고 인기가 있었다면, 최근엔 강북의 한강변 아파트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한강과 인접한 곳은 조망, 쾌적성 등의 이유로 부동산 가치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한강 이북의 경우 남향으로 한강을 볼 수 있어 그만큼 희소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래액으로 봐도 강북 한강변 아파트들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전용 95㎡는 작년 4월만 해도 9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으나, 올해 1월 12억원대에 거래됐다. 한강변 50층 아파트로 유명한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는 25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으나, 한강 조망이 탁월한 101동 고층의 경우 26억~27억원까지 거래되는 모양새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1가 일대는 더하다. 갤러리아포레의 경우 지난해 4분기 31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170㎡가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38억원에 거래돼 7억원가량 올랐다. 지역주택조합으로 재개발을 시작했지만 조합이 부도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던 트리마제는 최근 분양권 거래에서 웃돈(프리미엄)이 2억원 이상 붙고 있다. 5월 입주를 앞둔 이 아파트 전용 84㎡ 분양권 매매 시세는 현재 16억~17억원대다.(2017년 5월 6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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