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격이 역대 최고가로 결정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로 지난해 속도 조절에 나섰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 분양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3m²당 5668만6349원. 최근 서초구로부터 승인을 받은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격이다. 민간택지 분상제를 적용받은 곳이지만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했던 분양가(3.3m²당 4891만 원)보다 16% 이상 상승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의 60% 수준에 그치지만 역대 아파트 분양가 중에서는 최고 금액이다. 시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은 가격”이라는 평가를 했다. 분상제 도입 이후 분양가는 HUG의 고분양가 규제를 받을 때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올해 분양을 앞둔 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은 이번 결정에 반색하고 있다. 특히 1만2000여 채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지난해 HUG가 제시한 분양가(3.3m²당 2978만 원)를 두고 조합 내부 갈등이 컸던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4지구’(3600여 채·일반분양 물량 미정), ‘신반포15차’(640여 채·일반분양 260여 채) 등 분상제 규제를 적용받는 단지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무리하게 HUG의 분양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된 셈”이라며 “정부가 또 다른 규제를 만들지 않고, 기준대로만 분양가격을 심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격이 예상을 웃돈 것은 강남 집값이 워낙에 많이 오르다 보니 공시지가도 함께 오른 데다 이 단지가 창의적인 건축물이 들어서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가산비까지 함께 반영됐기 때문이다. 분양가격은 토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더해 결정된다. 가산비는 택지를 조성할 때 필요한 추가 건축비를 뜻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도시 경관을 고려한 창의적인 건축물을 짓는 경우 사업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특례를 줄 수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앞선 2017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
국토부는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분양가 억제 정책을 펼쳐 왔지만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에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분상제를 통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을 주면서도 주택 공급을 억제하거나 방해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HUG 심사는 인근 단지의 최근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고, 분상제에서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고려한다”며 “분상제 아래에서 분양가격은 입지와 단지 특성,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는 HUG의 분양가 심사 과정이 적절치 못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애초에) 분양 보증 기관인 HUG가 분양가격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HUG의 제시 가격을 받아들였다면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다른 단지들이 HUG의 분양가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2021년 1월 11일 동아일보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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