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상가·세운상가 등 `보존` 치우친 정책 탓…수십년째 방치 흉물로
서울 예산, 비도심에 `몰빵
낡은 도심부터 재생하라
2012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은 순간을 꼽는다면 빌딩 추격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전깃줄을 타고 건물 외벽을 오르내리며 펼쳐지는 이 장면에서 긴장감을 높여주는 장치 중 하나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낡은 건물이다. 부산의 아파트로 등장하지만 실제 촬영지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 중구에 위치한 진양상가다. 1968년 완공된 진양상가는 판자촌을 철거한 자리에 쌓아올린 주상복합건물이다. 17층 높이에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중앙난방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약 반세기 전의 당시 눈높이로는 최고급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50년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랜드마크라기보다 흉물에 가깝다. 교통 편의를 위해 단지 저층에 만든 관통 도로는 밤이면 취객, 노숙자들이 뒤섞인 우범지대로 바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7년 철거 및 재개발 계획을 세웠으나 금융위기로 중단됐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존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재생 정책을 펴고 있어 재건축 등 근본적 변화는 어렵다. 서울시는 종묘와 남산공원을 공중보행로로 잇는 프로젝트에 진양상가를 포함시켜 사실상 재건축 가능성을 없앴다. 문재인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얼굴' 격인 도심지는 정작 재생에서 소외되고 있다. 서울 도심지 곳곳에서는 수십 년째 방치돼 흉물로 변한 노후지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화문 일대는 대형 오피스가 즐비하지만 인접한 종로구나 중구는 낙후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낙원상가가 있는 종로구 낙원동 일대, 충무로와 을지로를 포괄하는 세운상가, 용산전자상가 등은 재생 필요성이 다른 곳보다 절실하다. 국립중앙의료원부터 을지로3가역까지 이어지는 약 1㎞ 구간 주변도 대표적 도심 노후지역이다. 낡은 저층 상가와 식당가가 난립해 있다. 하지만 관광객 밀집지 동대문과 명동을 잇는 최단 경로여서 개발 시 잠재가치가 높다.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채우면 적은 예산으로 거대한 관광벨트를 만들 수 있다.
도심은 규제에 묶여 신음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변두리에 위치한 우이동 4·19국립묘지 주변은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에 힘입어 문화특화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창동·상계동 일대 재생 사업에는 2조6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배정됐다. 서울시가 2015년 지정한 도시재생활성화지역 13곳 중 비도심 8곳에 배정된 예산은 3조3756억원으로 도심 5곳에 배정된 예산(1847억원)의 18배에 달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도심이 도심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도심의 상징성을 고려해 전략적 재생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시재생 뉴딜로 불어날 예산 중 일부를 도심에 투입할 수 있지만 사업성을 확보해 민간 참여를 적극 끌어낼 수도 있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심재생에 예산을 쓰기 어렵다면 민간 참여라도 유도해야 한다"며 "보존의 틀에서 벗어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2017년 6월 5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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