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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거래절벽 앞으로가 더 걱정"…중개업소들 비명

 

 

 

 

 

서울 집거래 절반 뚝공인중개소 폐업 >개업

대단지도 거래 한 자릿수, "월세 등 운영비 감당 안 돼

생활고 시달리는 중개사들, 대리운전 등 `투잡` 내몰려

서울 집값 10주째 내리막세, 국토"올 전국 0.5%전망"

 

 

 

  "예순이 훨씬 넘은 옆 가게 공인중개소 대표는 폐업 후 경비원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더라고요." 17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만난 A공인중개사는 한숨부터 `푹푹` 내쉬었다. "수천 가구 아파트 단지에 10월 이후 거래를 모두 합쳐도 기껏해야 한 자릿수가 될까 말까니 한 달에 1000만원 넘는 임대료·유지비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급한 대로 문을 닫고 대리운전을 하거나 택배 일자리를 알아보는 공인중개사들이 늘고 있다"고 푸념했다. MB정부 말에서 박근혜정부 초기였던 6~7년 전 거래절벽 장기화 사태로 중개사들이 `투잡`을 뛰었던 일이 수년 만에 재연될 조짐이다. 새해 벽두부터 부동산 경기 냉각 신호는 더 뚜렷해졌고 월세를 내지 못해 문을 닫는 공인중개소가 속출하고 부정적인 부동산 전망 지표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밑바닥 경기가 더 싸늘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이날 강남구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는 도로변 상가엔 공인중개소 간판을 붙인 사무실 십여 개가 줄지어 있었다. 이 중 문을 닫거나 텅 빈 사무실도 눈에 띄었다. 익명을 요구한 B공인중개사는 "수십 년간 장사를 해 온 토박이 공인중개사들도 두 손 두 발 들고 문을 닫고 있는 지경"이라며 "거래가 완전히 끊기니 그나마 영업 중인 사무소들도 적자를 보면서도 버티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일부 영업을 이어 가는 공인중개소는 간간이 문의는 오지만 연말부터 이달까지도 거래가 전혀 없어 매출이 한 푼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1811월 전국 공인중개소 폐업자 수(1420)개업자 수(1343)5년 만에 뛰어넘었다.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었던 20137~126개월간 폐업자 수가 개업자 수를 뛰어넘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꾸준한 격차를 유지했던 개·폐업자 수 격차는 9·13 대책 직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책 직전 거래가 폭증하며 9964건으로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던 폐업자 수는 101328으로 38% 급증했다. 이어 11월엔 개업자가 줄고 폐업자가 늘며 역전을 허용했다. 117일 기준으로 취합된 12월 통계에선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폐업자 수는 연간 최고인 1808명을 기록해 개업자 수(1639)보다 169명 많았다. 서울 4개 지부 중 1곳을 제외한 3곳에서 폐업자가 더 많았다. 결국 서울 역시 지난달 개업자 수(407)보다 31명 많은 폐업자 수(438)로 개·폐업자 수가 역전됐다. 유재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MB정부 말에서 박근혜정부 초반처럼 `거래절벽`의 긴 터널에서 이제 막 입구에 들어선 느낌"이라며 "앞으로가 더 캄캄하다"고 말했다. 실제 9·13 대책 이후 하락세를 이어 온 아파트 시장 약세는 해를 넘기며 새해 벽두부터 더 냉랭해지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9% 떨어져 10주 연속 하락했다. 종로구, 금천구, 구로구를 제외한 22개 자치구가 하락했고 강남구는 0.21% 하락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수도권은 0.11%, 지방은 0.06% 떨어지며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 경기 불황은 공인중개소 업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이사 등 주택 거래에 수반되는 관련 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아파트 매매가 줄어든 만큼 이사업체를 쓰거나 인테리어를 하는 수요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용산구의 인테리어업체 관계자는 "거래 두세 달 이후에 이뤄지는 인테리어 특성상 지금의 거래절벽은 적어도 1분기까지 인테리어 수요 급감을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는 최소 1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이 장기간에 거쳐 조정을 받을 것이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여러 악재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 역시 올해 주택 매매 가격이 전국 기준 0.5%, 지방은 1.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매매가를 떠받치는 전셋값은 전국(-1.1%), 수도권(-0.8%), 지방(-1.3%) 모두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센터장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금리 인상 가능성, 입주 물량 증가, 9·13 대책에 따른 수요 억제, 3기 신도시 공급 등의 정책 여건을 고려하면 시장 약세에 방점이 찍힌다"고 전망했다.(2019118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