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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투자 자금이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에서 이탈해 금, 현금 등 더욱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나마 금융상품 가운데 돈이 들어오는 것은 1순위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채권형 펀드 정도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대형위기 때처럼 전 세계 투자 큰손들이 극도로 몸조심하며 보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4일 글로벌 펀드시장 정보업체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서 409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 내에선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 336억달러,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73억달러 순유출이 발생했다. 주식형 펀드 투자 지역이 선진국인지, 신흥국인지를 막론하고 투자자의 기피 대상이 된 것이다. 이 중 28억달러는 전 세계 채권형 펀드로 유입됐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는 77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는 49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식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채권, 그중에서도 더욱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선진국 채권에 자금이 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채권 쪽으로 매수세가 커지고 위험자산은 매도하는 패턴이 나타난다"며 "중국 위안화 절하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된 위험 회피 심리가 유가 하락과 미국 경기 모멘텀 악화에 대한 염려가 겹치면서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같은 대혼란기에 수익률이 좋고 강세를 보이는 자산이 바로 금, 달러화, 엔화, 선진국 채권 등 이른바 안전자산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특히 미국 국채 인기가 높다. EPFR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추가 상승이 예상되던 작년 12월 150억달러가 북미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감이 커진 올 들어서는 206억달러가 북미 채권형 펀드로 흘러들어갔다. 6주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10억달러 이상 순유입되는 등 뚜렷한 방향성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국 국채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때 확인됐듯이 설사 금융위기가 불거져도 믿을 수 있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크다"며 "다음달 초까지 선진국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예정된 이벤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글로벌 자금이 오히려 원자재 쪽으로 흘러가는 듯하다"며 "원자재 중에서는 최근 금 수익률이 유난히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는 지난해 말까지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작년에도 신흥국 주식을 파는 경향이 나타나긴 했지만 선진국 주식은 계속 사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짙게 남아 있었다"며 "올 들어서는 신흥국·선진국 주식을 막론하고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전부 빠지면서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선진국 채권을 향한 '쏠림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정상으로 회귀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다만 통화 완화 정책 성공으로 경제나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되고 마이너스 금리 자체가 원래대로 복귀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계속되고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을 실시한다고 본다면 지금의 마이너스 금리 상태는 이어질 것이고 채권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극단적인 위기 상황으로 치달으면 채권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2~3주간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갔지만 채권형 펀드에서도 일부 차익 실현 움직임이 포착됐다. 주식 채권 모두 팔고 현금을 보유하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일본이 민간금융사가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예치금)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서 오히려 투자자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짐에 따라 코스피가 1900 이하로 내려갔음에도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하락장 속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주식형 펀드의 저가 매수세가 사라진 것이다. 14일 NH투자증권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40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이달 첫째주(1~5일)에 3260억원이 감소했으며 설 연휴가 포함된 둘째주에도 944억원이 줄었다. 그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되고, 코스피가 상승하면 차익 실현을 노린 환매가 몰려 자금이 빠져나가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저점 매수·고점 환매' 패턴은 하락장을 버티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달 세계 증시의 동반 급락 속에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까지 더해져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기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 공식마저 깨졌다.(2016년 2월 15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가운데 원화값마저 널뛰기를 거듭하면서 오는 16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시장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6월 11일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한 이후 7개월째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려왔다. 하지만 수출 급감과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은 정부가 연초부터 경기부양책을 꺼내든 가운데 통화당국도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3일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4일에도 1.494%를 기록했다. 특히 현 한은 총재가 2014년 4월 취임한 후 결정한 네 차례 금리 인하가 모두 기준금리·국고채 금리 역전 현상과 시차를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론은 더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건전화 조치가 시행되면 그나마 내수를 지탱하던 부동산 시장까지 둔화되며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며 "경기 하방 리스크를 막기 위해 재정정책이 이미 발표된 상태에서 시장에선 곧 통화정책도 발을 맞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유로존이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시사하고 나선 현재 상황에서는 환율 방어 차원에서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립대 모교수는 "세계가 환율 전쟁 중이며 대외경제와 국내 경기 모두 축소 지향적인 상황"이라며 "위안화가 절하되고 엔화도 약세 기조를 이어가면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시금융 안정성을 중시하는 한은은 여전히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지는 데 대해 "통화정책은 중·장기 시계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금리 인하가 현 경제 상황에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도 최근 경제 전망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금리를 내리면 소비를 늘린다는 인과관계가 흐트러졌다"며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 주변에선 당장 2월은 아니더라도 오는 4월 금통위원들이 대거 교체되기 전인 3월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최소 세 명의 금통위원이 한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3% 전망치에 대해 명백하게 비관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대외여건 불확실성 △소비위축세 지속 시 경기상승 국면으로 전환 어려움 △4분기 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절벽 가능성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 요인으로 언급됐다. 금통위원들의 경기 인식이 비관적이라는 얘기는 경제성장이 당초 예상만큼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통화당국은 결국 금융안정성을 일정 부분 희생시키더라도 성장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또 예전에는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지난해 말 금리를 인상한 미국과 대내외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그 심각성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당초 예상만큼 올해 여러 차례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고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가계부채 관리 모드에 돌입하면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 모교수는 "물가가 올라야 명목임금이 상승해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데 지금 같은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되레 부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모든 지표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어 한은이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을 점검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2016년 2월 5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