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를 알리는 알람소리,
난 늦장을 부리고, 남편은 나를 깨워 일으켰다.
새벽공기가 참 맑고 신선하다는 것과 잘 나왔다는 생각을 하며,
익숙한 동네를 가로질러 둘레길 입구로 올라섰다.
몇 년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중단했던 아침운동을 시작한 게 20여일 되나보다.
부지런한 남편은 우리 동네로 이사 온지 10년이 다하는 시간동안 규칙적으로 아침운동을 했지만,
아침운동은 시간을 절약, 활용할 수 있고 건강상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운동을 하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했었다.
우리 동네는 서울 도심이지만 주변에 고궁과 공원, 산이 어우러져 있으며,
번화함이 적은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에는 마치 오래된 때가 끼어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싫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우리 동네를 사랑하게 되었다.
빠른 개발 속에 편리함을 기대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긴 시간동안 오랜 모습을 지키고 있는 보기 드문
우리 동네의 모습이 정겹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즐거움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운동기구가 있는 공간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나는 그동안 특히 뻣
뻣했던 왼쪽 다리가 드디어 쭉 뻗어 올라가는 기쁨으로 오른쪽 다리를 치켜들다가 현수막에 걸렸고, 무방
비 상태인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순간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질퍽한 기운이 함께 느껴졌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작은 바위에 엎드려 남편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움직였고,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는 듯 했지만 허리에 큰
무리가 된 듯 혼자서 걸을 수도 없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자리보전하고, 돌아눕기도 힘든 신세로 전략했다.
그리고 한의원에서 물리치료하고 침 맞으며 3일이 지났고, 이젠 많이 호전 되었다.
그래도 뼈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나의 아둔함을 위로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그냥 웃는다.
그리고 딸아이가 비로소 한마디 거들었다.
“엄마, 운수 좋은날~”
녀석이 아마도 현진건 소설이 연상되었나 보다.
그래, 세상은 일희일비(一喜一悲)인 게야.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하루를 파이팅 하자고, 아침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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