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시인 박미산.
서촌 필운대로에 이른 봄부터 서둘러 문학의 향기를 피울 작은 둥지를 마련하기 시작.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릴 즈음 <백석, 흰당나귀> 간판이 걸렸다.
순간, 옛 연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움과 설레임에 잠시 걸음이 멈쳐졌다.
긴 시간 내 마음 속에 잠자고 있었던 시인 백석이 다시 살아났다.
이룰 수 없었던 그의 사랑이 아직까지 애잔함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눈부시게 봄 꽃이 만발하고,
하얗게 꽃잎이 휘날리더니 어느새 초록빛을 띤 새 잎들이 뽀족뽀족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백석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이 이 봄을 더 빛나게 하고 있다.
* 카페 < 백석, 흰당나귀>
서촌 필운대로 (종로구 누하동 260번지)
*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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