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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1 "도어록·변기 세입자가 고쳐서 살라"…곳곳서 전월세 분쟁
 

 

 

임대차3법 규제 역풍, 보증금 시세맞춰 못 올리자

세입자의 집 수리 요구에, 집주인 거부 사례 많아져

`세입자 의무` 명시 특약 늘 듯, 2억~4억 중저가 전세는

평균 준공연차 20년 넘어, 주거평형도 점점 더 줄어

 

 

# 다음달 전세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는 박 모씨(42)는 얼마 전 집주인에게 집 수리를 부탁했다가 면박만 당했다. 박씨는 구멍 난 방충망과 고장 난 환풍기 후드 등을 고쳐달라고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에 수리까지 해줄 여유는 없다며 알아서 고치라는 입장이다. 속이 상한 박씨는 집을 나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주변 전세가가 2년 전에 비해 1억원 이상 올라 나가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이 집 수리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서민 주거환경이 더 빠르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입자에게 유리한 임대차법 시행으로 `착한 집주인`들도 신경이 곤두서 그간 당연시했던 집수리 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세입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임대차 3법이 되레 주거의 질을 악화시키면서 또 하나의 `규제 역풍`이 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집 수리 요청을 거부하거나 아예 계약 당시에 수리 의무를 세입자가 지도록 하는 특약사항을 넣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최근 계속되는 비에 물이 새는 것과 같은 심각한 하자까지 외면해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천장 누수, 보일러 하자 등과 같이 임대(전월세)를 준 집에 세입자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이 이를 수리해 주는 것은 법적인 의무다. 민법 제623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목적물에 대해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반대로 전등, 샤워기 등 소모품 교체나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간단한 수선 등은 임차인이 비용을 무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화장실 변기 수리나 도어록 교체 등 살아가는 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과 세입자의 부담을 나누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다. 과거엔 집주인들이 시세에 맞춰 세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을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자질구레한 수리도 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통과로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올릴 수 없는 데다 전세 물건이 워낙 적어져 `집주인 우위` 시장이 되면서 이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수리를 해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집주인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 당시 특약사항으로 세입자의 수리 의무를 넣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화장실의 세면기나 변기 수리는 세입자가 부담한다" 같은 식으로 세입자의 구체적인 의무수리 범위를 특약으로 기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집 수리 비용은 세입자가 부담한다" 같은 식으로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범위가 없는 특약사항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또 특약을 걸었다고 해도 천장 누수와 같이 큰 비용이 들어가는 중대한 하자에 대한 수리는 여전히 임대인의 의무라는 대법원의 판례도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임대사업자는 "지금까지는 문고리 교체 등 세입자가 사소한 요구를 해도 웬만하면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임대차 3법 시행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앞으로는 계약서상에 세입자의 수리 의무에 대한 특약사항을 최대한 많이 적어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수리비를 임대료에 반영하기 어려워진 만큼 세입자의 수리 의무를 적시하는 형태로 특약을 거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내 중저가 전셋집의 퀄리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서민들의 주거환경 악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날 직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같은 전세보증금으로 얻을 수 있는 전셋집 면적은 갈수록 축소되고 노후도는 악화되고 있다. 2011년 기준 중저가(보증금 2억원 초과~4억원 이하) 전셋집의 평균 면적은 86㎡였지만 현재는 65.9㎡ 수준으로 좁아졌다. 같은 보증금으로 얻을 수 있는 아파트 연령대(준공연한)는 2011년 13.2년에서 현재 21.1년으로 8년 가까이 늘어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도시를 빠르게 슬럼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2020년 8월 10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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