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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기의 미소/사는 이야기

"홍합 한냄비 소주 석잔이요"


세상을 꽁꽁 얼어 붙게하고

바다도 얼어 뱃길도 묶어버린 한파...

따뜻한 국물이 사랑스러웠던

그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신혼시절,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우리는

집을 살짝 나와 포장마차에서

밤의 데이트를 즐겼다.


"홍합 한냄비, 소주석잔이요"


푸근하게 반겨주시던 아주머니는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홍합을 최대한 수북하게 얹져 내밀어 주셨다.

늘 빠듯했던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읽고 계셨던 듯...


따뜻한 홍합 국물과 소주 석잔을

세상 누구보다도 맛있게 먹었던 남편,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아내,


그렇게 순수하고 예뻤던 시절이었다.


첫아이 출산을 앞둔 전날 밤,

힘내야 한다고 남편은 아내에게 고기를 사먹였고,

기저귀를 사들고

만삭의 몸으로 그들은 포장마차를 찾았다.


"홍합 한냄비, 소주 석잔이요"


아주머니께서 먼저 외치며 반겨 주셨다.

순산하라고 격려까지 잊지 않으셨다.

그날이
포장마차 데이트의 마지막 밤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가끔 그리운 추억 

홍합 한냄비, 소주석잔...

아직 우리의 기억속에 머물러있는

자상했던 아주머니는 우리를 기억하실까...


차가운 날씨만큼 여러가지로 부족했던 우리의 삶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동안

따뜻한 홍합 국물의 향기는 친구가 되었고,

긴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추억하며 미소짓게 하는 행복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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