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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기의 미소/세상 속으로

한화손보 세실극장에서「비밥(bibap)」공연을 관람하다.

- 음식을 소재로 한 비밥,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공연이었다.

  며칠 전부터 집사람이 내게 8월 3일 수요일 저녁시간에 공연관람을 가야하니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부부는 사는데 급급해 문화생활은 뒷전이었다. 오래간만에 공연을 보자는 집사람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어 무언으로 동의를 하고 잊고 지내던 중 그날이 다가왔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았다.

1. 「비밥(bibap)」공연을 관람하기까지

  일과를 마치고 퇴근할 때 막걸리 딱 한잔만 하자는 동료들의 꼬임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선술집에 들리고 말았다. 막걸리를 두어잔 마셨을 때 휴대폰 벨이 올렸다. 집사람임을 알리는 자(子)자가 액정화면에 떳다. 순간 나는 오늘이 공연보러가는 날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머뭇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8시부터 공연이 시작되니 늦어도 10분 전까지는 공연장에 입장해야 한다고 한다.

  10분전까지 공연장에 도착하려면 빨리 이 술판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때 마침 함께 술을 마시던 동료의 집사람으로부터 된장찌개 맛있게 끊여 놓았으니까 빨리 집에 들어오라는 전화가 왔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내핑계와 동료핑계를 구실로 우리는 술판을 접었고 나는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실 공연장에 도착하여 집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오늘 관람할 공연의 티켓구입이라든가 공연의제목도 몰랐다. 이런 면에서 나는 집사람으로부터 핀잔을 많이 듣는 편으로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연 관람을 위한 티켓은친구의 자녀가 오늘 공연에 출연하는데 그 자녀가 특별히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비는 추적추적오고 공연시간에 늦을 까봐 긴장했고 친구의 자녀라면 공연이 끝나고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저녁 8시가 되자 정확하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제목이 비밥(bibap)이었고 스시, 피자, 차이니즈 치킨누들, 비빔밥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역동적이고 유쾌하며 발랄하고 기발했다. 중간 중간 관객들을 무대에 끌어들여 관객들과 배우들간에 일체감을 조성함으로써 관객들을 공연에 몰입하게 하였다.

2. 「비밥(bibap)」공연을 관람하면서

  스시편,

신선함이 생명인 생선의 대표 요리 스시!
잘 생겼다는 말에 신이 난 그린 세프는 흥에 겨워 생선을
잡아다 토막내서 회를 치고
요리사들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초밥을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시식의 순간!
무대는 순식간에 대서양 바다 한가운데로 변신하는데.....

  피자편,

마침내 피자요리에 솜씨를 발휘하게 된 레드 세프!
스시보다 역동적이고 맛있는 무대를 노리며 비보잉으로 반죽을 완성
하고
개성 넘치는 비트박스로토핑을 채운다. 주문한
손님이 무대로 올라와
요리사들과 함께 피자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스페셜 타임과 함께
레드 세프의 낭만적인 목소리로 채워진 아리아가 바쳐지는데....
OH! So romantic!

  차이니즈 치킨누들편,

객석에 앉은 관객들과 함께 만드는 긴.....수타면 뽑기!
닭 육수가 되지 않으려는 닭과 요리사들의 한판승부

세계 최초 닭 장례
까지! 세상에서 가장 코믹한
치킨누들의 완성
. 이게 끝이 아니다.
마지막은 섹시한 보이스의 여자요리사가 노래와 함께
서빙까지 맡는데 행운의 주인공은 하루에 한명씩 탄생한다.

  비빔밥 대결편,

드디어 마지막 주문! 비빔밥! 두 세프의 자존심을 건 맛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젠 누가 최고인지 결정낼 때가 왔다!
전혀 다른 비법으로 각기 다른 비빔밥을 선보이는 두 명의 세프
자신의 모든 공력을 쏟아 만든 폭풍 같은 대결의 결말은?
바로 객석에서 주문한 손님이 직접 맛을 보고 결정
하게 되는데....
오늘의 승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3. 「비밥(bibap)」공연을 마치고

  공연은 80분 동안 계속되었고 관객들은 어림잡아 2백 명이 넘는 것 같았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젊은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갖고 노력을 다 한다면 사회는 아름다워질 것이다. 관객들은 공연에 흠뻑 젖었다. 80분 내내 손뼉을 치고 양손을 흔들며 어깨동무를 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댔다. 나도 관객들과 함께했다.

  80분의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배우들과 기념촬영이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배우들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두들 공연에 만족하는 모습들이었다. 친구의 자녀는 딸이었는데 나는 공연장에서 그를 처음 보았다. 그는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으며 목소리도 아름다웠다. 앞으로 배우로서 대성할 것을 기대한다. 기념 촬영이 끝나고 배우들과 헤어질 무렵 집사람이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친구의 자녀에게 전했다. 나도 모르게 준비했다며 동료배우들과 저녁식사라도 하라며.... 

  우리부부는 공연을 마치고 집까지 걷기로 했다. 밤10시가 채 못 된 광화문 광장은 비가 그쳐서인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내게 손뼉을 너무 많이 쳐서 손이 부었다며 벌겋게 변한 손바닥을 보여 주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훨훨 날려 보낸 것 같다. 「비밥(bibap)」은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4시와 8시, 일요일은 오후 3시에 공연이 시작되고 월요일은 쉬며 덕수궁 주변의 세실 극장에서 오픈런 형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