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규제 풀어야 시장 살아, 서울 잡으려다 지방만 초토화
중개사 생계 위협받는 수준, 자체플랫폼 만들어 역량강화
중개료 고정요율제도 추진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전화 한 통 없는 상태가 몇 달째라고 합니다. 침체 정도가 아니에요. 그야말로 벼랑 끝입니다." 전국 10만 공인중개사들을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수장으로 취임한 박용현 회장은 부동산 거래 현장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침체`가 아닌 절벽, `벼랑 끝`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6일 취임 후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박 회장은 "흔히들 서울만 얘기하지만 울산이나 부산 같은 지방은 더 심하다. `침체`가 아니라 `비정상` 수준으로 거래가 없어 중개사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도입하고 대출을 옥죄어 집을 살 여력이 줄어들었고, 조정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일부 지역을 묶으면서 시장이 급격히 침체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부동산 경기 호황에 확 늘어난 공인중개사 숫자는 현재와 같은 침체기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정부가 잇달아 규제를 쏟아내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가 끊기는 `거래절벽` 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5년 만에 공인중개업소 폐업 숫자가 창업 숫자를 넘어서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그는 "협회가 나서서 일률적 규제가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각 지역 지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이를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정부를 이길 생각은 없다. 다만 시장 최전선에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정책 당국이 잘 모르는 시장 상황에 대해 전달하고 이를 통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규제를 풀게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문제가 단시간 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정책 변경이라는 외부 변수에 따라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체력을 기르는 중장기 전략도 밝혔다. 취임 일성으로 그가 밝힌 미래 먹거리 확보 방안은 전국 10만 공인중개사들이 수집한 정보를 현재와 같이 한국감정원이나 KB부동산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보를 자체적으로 가공·재생산해 제공자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부동산 정책만큼은 (정권 변화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움직여) 그렇지 못했다는 게 큰 문제"라면서 "결국 현재와 같이 단순 중개만을 하는 식으로는 공인중개업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를 타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능동적 정보 생산·가공·제공자로 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감정원이나 KB부동산이 제공하는 시세 정보는 사실상 전국의 우리 공인중개사들이 제공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면서 "우리 중개사들이 가장 `핫`한 정보 생산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공하고 모으지 못해 흘려보내 왔다. 자체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시세나 매물 현황 등 부동산 관련 통계정보 생산·제공의 주체가 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 박 회장은 "이것이 공인중개사의 미래와도 직결된다"면서 "우리가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추게 되면 굳이 현재처럼 감정원이나 KB에 정보를 줄 필요도 없다"고 자신했다.
`직방` `다방` 등 스타트업 방식으로 생겨난 부동산 중개 관련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한 준비에도 들어갔다.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의 중개 플랫폼 `한방`이 있지만 아직까지 파급력이 크지 않아 다른 플랫폼에 밀리고 있는 상황. 박 회장은 "3월 말 1차적으로 `한방` 애플리케이션(앱) 업그레이드를 단행하고, 외부 용역과 컨설팅을 통해 어떻게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고 소비자와 중개사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상반기 중 용역을 발주해 하반기까지 결과를 받아본 후 내년 새로운 `한방`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을 낳고 있는 공인중개보수료율에 대한 질문에는 "장기적으로 중개보수료율은 자율화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렇게까지 가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만큼 주택시장만이라도 현재처럼 상한요율제(최고 거래금액의 몇 %까지 받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조정하도록 하는 것)가 아니라 고정요율로 하는 안을 지방자치단체와 국토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9억원 이하 주거용 부동산 매매는 거래가액에 따라 0.4~0.6% 이내, 비주거용 부동산 매매는 0.9% 이내에서 중개사와 소비자가 협의하도록 돼 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상한요율제는 고객과 중개사 간 갈등만 부추긴다"면서 "정확하게 몇 %인지를 정해줘야 논란이나 다툼의 소지가 작다고 생각한다"고 소견을 밝혔다.(2019년 3월 12일 매일경제 기사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