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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은행 이자만큼만 월세 받으라고?…"어떤 집주인이 임대 주겠나"

 

 

전월세전환율 변경 추진 파장, 지역도 주택상태도 다 다른데

일률적 전월세전환율 `무리수`, 부동산세금 2~3배 올랐는데

월세는 못올려 집주인 `멘붕`, "집 낡으면 수리해야 하는데

비용은 무엇으로 대라는건지", 부동산시장 대혼란

 

 

"지금 상환 중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 중후반인데 월세가 낮아지면 이자 내기도 힘들어진다. 임대인은 손해를 보고 세를 주라는 말이냐."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 어렵게 하는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또 한 번 대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두 배 수준으로 오른 주택보유세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하던 집주인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세입자들이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월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에서 공급되는 임대 물건 감소로 살 만한 전·월셋집을 찾기 힘들어지는 역효과를 우려한다. 지금은 연 4~5% 수준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이 원활하지만 이를 2%대로 막으면 차라리 주식이나 금,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옮기지, 굳이 집을 지을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에게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7일 국회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월세 전환율 인하 산정 방식 변경 방법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2를 개정해 전세에서 월세 전환 시 산정률을 시중은행의 대출 평균금리 등 이하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준금리(0.5%)+3%`로 정하도록 했고,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2배 이내로 제한하도록 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지난 5일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전·월세 전환율을 `매년 1월 말일 기준 직전 3개월의 한은 통계월보에 게재된 금융기관의 대출 평균금리를 초과하지 않도록 정한다`고 규정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2.67%로, 이 경우 전·월세 전환율은 현행 4% 수준에서 2%대 중반으로 확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 안은 임대인이 전환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조항도 신설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환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기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신규 월세 계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당정은 전·월세 임대료 폭등을 막기 위한 `표준임대료 공시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표준임대료 공시제가 시행되면 신규 월세 계약에도 반영할 기준선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세 대비 전세보증금의 표준임대료 비율이 60%로 정해진다고 가정하면, 시세 10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전세는 6억원이 되고 월세는 여기에 전환율(2.5%)을 곱한 금액(1500만원)을 12개월로 나누면 125만원으로 책정되는 방식이다. 전·월세 전환율 인하는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히 전환되는 것을 막고 월세입자의 과도한 세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지만,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인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시장까지 정부가 개입해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결국 통제경제로 가자는 것"이라며 "시장경제를 규정한 헌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도 집주인들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임대인은 "장기간 임대로 운영하면 섀시와 바닥 교체 등 관리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집주인 부담은 안중에도 없느냐"고 말했다. 인터넷 부동산카페 등에서는 "이럴 거면 월세를 전세로 돌려 남는 돈을 `뉴딜펀드`에 넣자"는 비아냥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연 3%+α`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만큼 월세를 돌리는 것보다 수익이 더 낫지 않으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전·월세 전환율이 수도권보다 높은 지방 집주인들에게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전·월세 전환율을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은 5%인 반면 대구(7.2%) 대전(6.8%) 광주(6.6%) 부산(6.6%) 등 지방은 7% 안팎으로 2%포인트가량 높다. 이 통계는 시장에서 전셋값과 월셋값을 단순 비교하는 수치다. 동일 단지의 동일 면적 기준 전세보증금 대비 연환산 월세금 비율을 구한 값으로, 실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적용 비율의 평균값은 아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면 지방 주택의 메리트는 더욱 떨어져 다주택자는 지방 물건을 먼저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월세 부담이 줄어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 물건 감소로 집을 찾기 힘들어지는 역효과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2020년 8월 8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