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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기의 미소/문화 산책

손님

           손님             

 

                    

                      < 황석영 >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류요섭 목사는 50년만에 고향을 방문 한다.

 긴 시간동안 잊고 싶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곳...

돌아 가고픈 생각조차 하지않고 돌아갈 수도 없었던,

그래도 깊은 그리움으로 가슴 한켠에 작게 자리잡아

아프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고향 .

분단 국가의 비극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픔일지라도 스치고 지나가고,

잊혀지고,

또 새롭게 와 안기겠지만,

류요한, 요섭 형제의 숨겨진 비밀같은 역사는 그들을 방황하게 했고,

외국에서 떠돌듯 살아가게 했다.

결국 요한 형은 요섭 목사가  고향을 방문 하기로 한 사흘전

한 많은 이 세상과의 삶을 마감한다.

요섭 목사는 형의 장례를 지내고,

형의 작은 뼈 한 조각을 간직한채

황해도 신천의 고향 방문 길에 오른다.

그때부터 요섭목사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된다.

중학교 시절의 고향에서 함께 하며,

종교와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경험을 해야했던

과거의 영들을
현실과 어우러져 만나가면서,

그냥 영원속에 던져버리고만 싶었던

아픈 기억들을 다시 조명하게 된다.

그리고 형 요한이 품을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비극을 진심으로 사죄하면서,

무수히 떠돌던 세상 속의 많은 영들은

모두 서로의 아픔들을 이해와 용서로 껴안으면서

이세상 밖으로 떠나가게 된다.

형의 한 조각 뼈도 고향 땅에 고이 묻어주게 된다.

류요섭 목사는

많고 낯 설기만 했던 고국의 모습과 시간들이,

돌아 올 시간쯤에는

가까이 낯 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무거운 출발,

어두운 행보들,

잔악 했던 기억 속의 행위들,

그러나 용서 할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결국 한 형제 였다.

손님일 수 밖에 없었던 모두가 주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진정한 이해와 용서, 화해가 필요하고,

현재의 스피드한 삶을 조각하는  우리 모두의 투영이기도 했다. 

우리가 역사로 간단히 배웠던 것보다

우리 국토의 곳곳에는

아마도 숨겨진 이런 비극의 아픔들이

훨씬 많이 존재 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짠해졌다.

작은 나라가 많은 침략과 이념적 분단등을 겪으면서

감수 했어야 할 비극의 소용돌이는

지금 순간에도,

어느 누구의 가슴에 슬픔의 비가 되어 내리고 있을지도......

 

시간이 많이 흘러 갔지만,

이미 우리 모두에게는 역사로 자리 매김 했지만,

기억 속에 많은 아픔들이 있다면

진정한 화해와 사랑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새 역사의 초석,

주춧 돌로 자리 잡아 가기를 기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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