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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기의 미소/세상 속으로

상류펜션에서 1박을 하고 법흥사를 둘러보다.

- 상류펜션에서 친구들의 우정을 확인하고 법흥사에서 마음을 수양하다.

  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많이 온 정도가 아니다. 여름철 내내 그것도 평년에 내린 비의 양보다 몇 십배나 넘게 왔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와 함께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 우리 부부는 친구들의 부부동반으로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2리에 위치한 상류펜션에서 만나자는 제의에 따르기로 하였다. 그동안 계속된 비로인한 불쾌감생활에서 오는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1.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제천행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탈출

  우리부부는 8월 27일 집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하고 1박2일 여정의 여행준비를 했다. 1박2일의 간단한 여행임에도 집사람이 여행에 필요한 물건이라며 여행 가방을 자꾸 불룩하게 만든다. 나는 승용차도 없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여행할 생각을 하니 여행이 고행이 될 것 같아 최대한 가볍게 여행을 하고 싶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부부는 노모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모처럼만에 둘만의 시간이 된 것이다.

  고속버스터미널은 우리와 같이 서울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우리부부는 여행할 때마다 늘 하는 것처럼 약간의 먹을거리(팩소주와 안주)를 준비했다. 순전히 나만을 위한 먹을거리지만 집사람이 기꺼이 준비를 했다. 버스가 출발하여 서울 어귀를 벗어나 전원이 펼쳐질 때 가슴이 확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루했던 비로인한 불쾌감과 나를 억누르고 있는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준비해간 먹거리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제천에 도착했다.

2. 제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수주면으로 이동

  제천에서 목적지인 상류펜션을 가려면 시내버스를 이용해 주천이나 수주까지 가야하고 거기부터는 친구의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시골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천이나 수주행 시내버스를 타려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남들은 다 승용차를 이용하는데 우리부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집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남들처럼 삐카뻔쩍한 승용차로 모시지 못하는 못난 남편을 어떻게 생각할까 죄스럽기까지 하다. 여행이 고행이어서는 안되는데....

  한 시간여를 기다려 수주행 시내버스를 탓다. 수주까지는 약 40분거리,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친다. 어디까지 왔냐? 마중나가니까 수주면사무소 앞에서 꼼짝 말고 있어라 등 고마운 친구들이다. 수주행 버스는 농촌특유의 거름냄새를 맡으며 잘도 달려 수주면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우리부부는 내렸고 버스는 출발했다. 잠시 기다리자 친구 2명이 외제 승용차로 우리부부를 픽업하러 왔다. ‘나는 차도 없는데 외제 승용차를’ 하는 생각도 잠시 서로의 안부 묻기에 바쁘다. 시골길을 한참 달려서 우리일행은 목적지인 상류펜션에 도착했다.

3. 상류펜션에서 1박을 보내며

  상류펜션은 법흥사 입구를 가로 질러 계곡의 끝자락에 있었으며 진입도로 주변은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여기저기 전원주택들이 눈에 띄었다. 농촌 특유의 거름냄새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축사가 없는 것 같았다. 조용하고 공기 좋고 시원했다. 펜션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명경지수라고 해야 할까....물가 너럭바위에 앉아 발을 물속에 담가보았다. 물이 너무 차가워 발을 오래 담글 수가 없었다. 이런 곳에 살면서 속세를 잊어버린다면 그게 바로 신선의 삶이 아닐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신선이 되어보기로 했다.

  울산에서 출발한 1명만 빼고 모든 친구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우리 친구들이 정례적으로 만나기 시작한지는 벌써 30년이 넘었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자란 우리 친구들은 소위 부랄 친구들이다.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부부가 함께 만나 한번 만날 때면 20명이 넘는다. 세월이 흐르자 남편들 보다 여인네들이 더 즐거워한다. 사는 곳과 하는 일도 다양하다.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울산 등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봉급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고 자영업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날 밤의 주 먹거리는 강원도에서 오리구이 집을 하는 친구가 마련한 오리구이와 충청도에서 보쌈 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마련한 보쌈이었으며 술은 충청도에서 봉급생활을 하는 친구가 준비한 한산 소곡주였다. 그 외 떡을 준비한 친구, 옥수수를 준비한 친구 도 있었다. 그날 밤 우리 친구들은 울산서 늦게 출발한 친구를 기다리면서 흠뻑 취했다. 날씨도 좋아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별을 볼 수 있었다. 울산 친구가 도착하고 나서도 술자리는 계속되어 동이 틀 무렵 잠깐 눈을 붙였다.

4. 천년 고찰 법흥사에 속세를 묻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떨어진 것은 티 없이 맑은 햇살과 신선한 공기 때문이었다. 도심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털어 버리고 싶은 생각에 법흥사로 향했다. 법흥사통일신라말기 선문 9산중 사자산문의 중심도량인 흥령선원지의 옛 터자장율사가 창건하여 도윤국사와 징효국사 때 크케 번성하였으나 진성여왕 4년 병화로 소실되고 고려 혜종 1년 중건하였으나 또 다시 소실되어 오다가 1902년 법흥사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법흥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으로 유명하다. 

  이른 아침의 법흥사는 조용한 가운데 방문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젊은 수도객으로 보이는 황토색의 제복을 입은 불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우리일행과 같은 방문객은 아닌 듯하다. 적멸보궁에서 본 법흥사 주변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요새와 같았으며 쭉쭉 뻗은 소나무는 이곳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실만큼의 명당자리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마음의 수양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법흥사 경내를 돌며 도량을 넓히기로 했다. 오늘 이곳을 떠나면 또 속세로 돌아가 마음의 수양이 부족함을 한탄해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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