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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다주택자, '가족간 거래'로 8·2대책 피한다

 

 

다주택 따른 규제 피하고 아파트 보유상태 그대로 유지

시가대비 할인폭 30%·3억이내 증여세 부과대상에서 빠져

강남권·목동서 `이상 저가거래`중개매물 안나와 내부거래 추정

양도세 등 매매 따른 제반비용도 증여보다 적어 관심 증폭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 곳곳에서 '이상 저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이 여전해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이 예상되자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가족과 직거래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록 자신은 아니지만 다른 가족이 주택을 보유해 집값 상승과 임대수입 등의 이익을 누리면서 양도세 중과세 등 8·2 대책의 규제를 피하려는 회피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보다 2억원 넘게 낮거나 30% 가까이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여러 곳에서 관측된다.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전용 85는 지난달 중순 21층이 15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달 초 같은 평형 18층이 129000만원에 거래돼 무려 21000만원 급락했다. 서울 서초구 B아파트 전용 85도 지난달 219층이 17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7일에는 19500만원이나 내려간 155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양천구 목동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전용 475층이 지난 105500만원에 거래돼 정확히 한 달 만에 16300만원(24%) 급락했다. 이외에도 8월 초 집값이 급락한 사례는 용산과 여의도의 아파트 매매에서도 나타났다.

 

 

  이들 아파트의 매매가격 급락은 매우 이례적이다.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종종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30% 가까운 하락폭은 과도하기 때문이다. 일반 매물이라면 일단 해당 지역 매매물건 네트워크에 올라온 뒤 거래되지만 이들 매매는 네트워크에 올라온 적이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반응이다. 목동의 M공인 관계자는 "가족 간에 직접 매매한 것"이라며 "해당 단지 동일 평형에서 최근 6억원 이하 매물이 나온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8·2 대책 후 다주택자가 63000만원에 급매물을 내놔 거래가 된 적이 있지만 그 후 가장 싸게 나온 매물 호가가 67000만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서초구의 K공인 관계자는 "B아파트의 경우 8·2 대책 후 급매물이 없는지 묻는 사람이 많지만 여전히 매물이 귀하다""155500만원에 거래된 것은 친척 간 거래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강남구 A아파트 인근 D공인 관계자도 "서향 1층도 13억원에 매수문의가 들어간 적이 있지만 소유주가 팔지 않았다""18층이 129000만원에 거래됐다는 것은 인근 시세에 비춰볼 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가족 간 거래는 직접 거래한 뒤 신고하든,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하든 6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은 매매가격이 시세보다 30% 이상 비싸거나 저렴하면 증여로 추정한다. 매매가와 시가의 차액이 3억원을 넘어도 증여세를 과세한다. 가령 시가 10억원의 집을 자식에게 증여하면 21000만원의 증여세가 발생한다. 여기에 자식이 내야 하는 취득세까지 감안하면 약 21320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가족 간 거래를 하면 아버지가 7억원에 매수해 10년 보유했다고 가정할 때 6500만원의 양도세가 발생한다. 자식이 부담하는 취득세 210만원을 더해도 6710만원 수준이다. 세금 측면에서 가족 간 거래가 훨씬 부담이 작다. 10년 보유했다고 가정할 때 취득원가가 21000만원 이상이기만 하면 가족간거래가 증여보다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부유층 자제 중 고가 주택에서 살던 전세금을 빼서 부모가 가진 여러 주택 중 하나를 매수하는 사례가 종종 관측된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를 둔 은행에서도 최근 가족 간 거래에 대한 문의가 평소보다 늘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자산가들은 향후 집값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집을 처분하기보다는 자녀와 거래하는 편을 선호한다""미래 예상되는 시세차익을 자녀가 누리게 하고 본인도 다주택자 부담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해 최근 선호하는 또 다른 방법은 부부간 증여. 가령 1억원에 매입한 주택을 6억원에 팔면 5억원의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시가가 6억원일 때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증여세 없이 취득가액을 6억원으로 높일 수 있다. 부부간 증여는 6억원까지 증여재산공제가 되기 때문이다. 증여한 지 5년이 지난 뒤 8억원에 팔면 7억원의 차익이 아니라 증여 당시 시가와의 차액인 2억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내면 된다.(2017817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