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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강남3구 재건축 검증 거부

 

 

 

 

 

'부동산 정치'가 시작됐다흔들리는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

강남·서초 정부지시 거절하자 송파 주민들 구청에 거센 항의검증 의뢰했던 송파구 취소결정

재건축 좌초 우려한 목동주민들 지역정치인에 대책회의 요구같은 여당의원 국토부장관 압박

선거 앞둔 지자체장들 좌불안석정부 집값규제와 충돌 늘어날 듯

 

 

  "우리 구민의 편을 가장 잘 들어줄 사람이 누구입니까. 서초구청이 구민의 대변인 아닙니까. (제가) 자기 식구를 가장 잘 챙긴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 2층 대강당.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류를 한국감정원(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에 검증 의뢰하지 말고 구청이 신속히 판단해 인가 결정을 내려달라며 항의 집회를 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조합원 400여 명 앞에서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한 얘기다. 조 구청장은 이날 자체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부동산 정책에 잇달아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서초구청의 결정을 전해들은 송파 지역 재건축 추진 조합 주민들이 거센 항의 전화를 쏟아내자 지난달 25일 감정원 검증을 의뢰했던 송파구도 결국 철회 결정을 내렸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아 다른 구청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이와 함께 외부 검증에 들어가는 수수료 8500만원에 대한 비용 문제도 철회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남 3구가 잇달아 반기를 들면서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는 일단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단 구청이 외부 검증을 철회하기로 한 이상 정부가 마땅히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시 한번 꼼꼼히 과정을 점검해달라는 것인데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일단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지 더 모니터링하고 부실 검증이 계속 우려된다면 추가적인 행정지도 등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송파구청 측이 관리처분인가 서류 검증 비용을 철회 사유로 제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이번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해당 검증 비용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경제가 강남 3구 재건축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3개 구청 모두 인가 신청서류에 반려할 만한 흠결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자체적인 추가 검증을 거치겠지만 관리처분인가는 그대로 승인되고 신청 단지 모두 분담금 없이 재건축 진행이 가능한 셈이다. 지난해 말 관할 구청에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고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 추진 단지는 강남구 2(홍실, 대치동구마을2단지) 서초구 9(신반포3·경남, 신반포13, 방배13구역, 신반포22, 신반포14, 서초신동아, 반포124주구, 한신4지구, 신성빌라) 송파구 2(잠실진주, 미성·크로바) 13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표심을 의식해 지자체장들이 각자 정치에 나서면서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충돌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종전에는 선거를 앞두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집값 향배와 그에 따른 정부 규제에 표심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면서 "소유자들이 각종 부동산 정책에 일희일비하는 만큼 지자체장들이 정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 연장이나 재건축 승인을 위한 안전진단 강화에도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재건축 연한이 현재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될 경우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목동 지역 주민들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청장 등을 압박하고 있다. 목동 일부 주민들은 재건축 필수 관문인 안전진단이 강화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정 합동대책위원회' 설립을 추진하면서 김수영 양천구청장과 황희 국회의원 등에게 이달 21일 열리는 대책회의에 참석하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렇게 압박을 받은 해당 지역구의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한다고 해서 혼란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과 같은 여당 소속임에도 표심 이탈을 우려해 중앙정부 공격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처음에 얘기할 때 30 또는 40이라는 단어는 얘기한 적도 없는데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제는 40년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도 "해당 공문을 수신한 지 얼마 안돼 검토가 필요하다.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민들 반발을 무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규제로 되레 집값 하락이 빚어지고 있는 지방에서는 지자체장이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대구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비사업과 건설업계 활성화를 위해 변경된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지난달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할 경우 전국 최고 수준인 최대 15%의 추가 용적률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구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많이 침체되고 있어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마련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의 경우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부의 집값 규제 대상에 올라 있다. 최근 김현미 장관이 청약조정대상지역 중 주택시장이 침체된 지역에 대해 청약위축지역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택 경기 침체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압박한 결과다. 지난달 30일 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을 때 본인 지역구인 부산 기장군을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해달라고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장하는 것을 비롯해 각지 의원들이 청약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자체에 의해 계속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선거 대상인 지자체장들은 지역 주민의 불만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지방선거까지 부동산 정책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정치적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201827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