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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강남 전셋값 1년새 8천만원↑…초저금리에 집주인 "반전세로"

 

 

서울아파트 전셋값 48주째↑, 리센츠 84㎡ 12.5억원 신고가

학군수요 대치동 전세 씨말라, 서울 2년만에 3600만원 올라

대졸 신입사원 연봉에 육박,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 줄어

갭투자 다시 늘어날 가능성

 

 

#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38)는 최근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돼 계약을 갱신하다가 마음고생을 했다. 2년 전 8억원대였던 전용면적 84㎡ 전세 시세가 3억원 넘게 올라 11억원을 넘기는 바람에 집주인이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금 감당이 안 돼 결국 보증금 인상분 중 일부를 월세로 내는 반전세로 계약을 갱신했다. 김씨는 전세자금대출 이자 외에도 월세 7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해 월급을 받을 때마다 씁쓸하다. 최근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구)를 중심으로 서울 전세금이 급등하고 있다. 전세금 상승은 결국 수급 요인으로 분석된다. 각종 규제로 집을 사고팔기 어려워진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로 매매가 더 위축됐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로또 청약`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은 청약만 바라보고 있다.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청약 대기수요)로 전환된 셈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점도 전세금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가율이 1년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는 등 갭(매매가와 전세금 차이)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올 하반기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잠실 리센츠 전용 84㎡(21층) 전세계약이 12억5000만원에 체결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 전세금은 올 초만 해도 동일 면적 기준 9억~10억원이었지만 현재 매물은 대부분 11억~12억원대에 나와 있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원대 매물은 지하철 역에서 멀거나 저층이고, 대부분 11억원대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달부터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고 전셋집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금도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직장인 연봉 수준으로는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전세금 상승분도 내기 어려워졌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4억8656만원으로 작년 5월(4억6241만원)보다 2414만원(5.2%) 상승했다. 평균 전세금은 2년 전과 비교하면 3647만원이나 올랐다. 서울에서 2년 전 전세 아파트를 계약한 세입자가 같은 집에 살려고 계약을 연장하려면 평균 3600만원 넘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지난 2월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 조사에서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평균 3382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직장 초년생이 한 해 동안 번 돈을 고스란히 모아도 오른 전세금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서울 전세금 상승은 강남권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세금 상승 폭이 가장 큰 곳은 강남구로, 1년 전에 비해 전용 84㎡ 기준으로 무려 8171만원 뛰었다. 서초구는 4891만원, 송파구는 3596만원 각각 상승해 뒤를 이었다. 강남권은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사태로 사고파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면서도 학군, 직장 등 실수요자들 수요는 크다.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이 사지 않고 전세로 몰리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인 `학군 강자`인 강남구 대치동은 이제 새 학기를 앞둔 이사철뿐 아니라 1년 내내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해 9월께 전세가 13억원대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는 16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전세금은 가을철 이사 수요에 맞춰 반짝 오르고 비수기에는 수천만 원 저렴하게 나오곤 했는데 요즘은 1년 내내 수요가 넘친다"며 "나오는 매물도 반전세가 대부분으로 순수 전세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매매가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전세금이 이처럼 계속 오르다 보니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을 의미하는 전세가율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소폭 반등세로 돌아섰다. KB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8%로 집계돼 전월(54.7%)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매매가격과 전세금 간 갭이 좁혀지면 갭투자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며 "지금처럼 수도권 풍선효과가 지속되면 다른 지역 대비 강남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면서 강남이 재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당장은 각종 규제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매수 수요 위축 때문에 전세금 상승세가 매매값을 끌어올리기 힘드나 이 같은 추세가 1~2년 이어진다면 결국 매매값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2020년 6월 3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