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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경제 공부하기...

0%대 기준금리 `막차` 올라탄 韓…가보지 않은 길 간다

 

 

골든타임 놓쳤다는 비판에도, 가계부채·부동산 역풍에 주저

금융위기급 패닉에 고집 꺾어, 연준 잇단 빅컷에 금리차 해소

자금이탈·외환시장 우려 덜어, 초유의 저금리 후폭풍에 촉각

韓銀 금리인하 / 임시 금통위서 금리 내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막차`에 올라탔다. 그동안 금리 카드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에 미칠 역풍을 우려해 금리 인하를 주저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로서도 12년 만에 불어닥친 금융위기급 패닉에 고집을 꺾은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끌어내리는 파격 카드를 꺼내고 글로벌 양적완화 공조에 나선 데다 일본은행도 16일 금리 인하에 합류하면서 더 이상 한은이 버틸 명분도 사라졌다. 한은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사실상 역대 최저 금리에 진입하게 됐다. 현재 물가상승률이 1.1%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뒤 같은 해 10월에 1.25%로 한 차례 더 내렸다. 연 1.25%는 2016년 6월~2017년 11월 이후 역대 최저치였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날 서울 채권시장은 강세로 마감했다. 이날 국고채 3년 금리는 전일 대비 5.3bp 내린 1.099%, 국고채 10년 금리는 4.6bp 하락한 1.524%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이날 국채 3년 선물을 1만5000건(1조67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오후 한때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한은이 금리 인하를 꺼려왔던 이유 중 하나는 대내외 금리 차로 인한 급속한 자금 이탈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다. 고금리를 좇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이 과정에서 원화값도 폭락하는 사태를 우려했던 것이다. 이번에 미국 등 각국이 제로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를 향하면서 한은이 우려했던 자금 이탈 문제가 해소된 게 금리 인하의 배경 중 하나다. 이번 금리 인하로 코로나19 쇼크로 위축된 소비·투자·수출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효과가 없다는 지적 때문에 한은은 금리 인하보다 재정정책이나 금융권과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미시정책이 유용하다는 입장이었다. 한은이 앞서 금융중개기관대출 한도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고, 은행들이 돈을 빌릴 때 제공하는 적격담보증권 범위도 대폭 확대해 향후 신용경색에 대비한 유동성 공급의 길을 열어둔 것도 그 때문이다. 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시중 유동성이 넘치면서 금리 인하의 실물경기 부양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실물경기뿐 아니라 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자금경색에 따른 `크레딧 크런치(신용경색)`를 막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더 크다.

 

 

초유의 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 가계와 기업들의 투자 패턴에도 작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금리 인하의 실효성이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의 낮은 금리였지만 시장엔 돈이 돌지 않고 기업들의 투자, 가계의 소비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자금으로만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자금은 1045조5064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문제는 저금리에는 돈이 자산, 특히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자소득에 기댄 은퇴자 등 예금생활자의 생계에 영향을 미쳐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가까스로 폭등세를 멈춘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은이 고심하는 부분이다. 향후 통화정책 카드가 제한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5.25%에서 2.0%까지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통화정책 카드가 이미 소진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추가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설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금리 인하 외에도 기업들의 돈줄이 막히는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시중의 국고채, 환매조건부채권(RP), 통화안정증권을 사들여 18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금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인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증액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2조1000억원), 은행자본확충펀드(3조3000억원)를 조성하며 5개월간 28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바 있다.(2020년 3월 16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