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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주택 구입자에게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 과천·하남·광명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시세 9억원 넘는 주택을 살 때는 예금통장 잔고를 비롯해 자금 증빙서류를 최대 15종까지 정부에 내야 한다. 가령 주택 구입 조달 자금 중 금융기관 예금이 있으면 기존에는 총액만 기입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예금잔액증명서와 잔고증명서를 내야 한다. 증여·상속이라면 증여·상속세신고서 등을 제출해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밝혀야 한다. 금융기관 대출로 자금을 조달할 때는 금융거래확인서,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등을 제출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작년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매매 가격 중간값)이 8억9751만원인 점에 비춰볼 때 서울 지역 웬만한 아파트 구입자들은 재산 내역이 고스란히 정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불법 증여와 투기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편법거래 근절을 이유로 속속들이 개인 재산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다. 더구나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근거로 자금 출처 증빙을 요구하는 것은 위헌 소지마저 있다.

 

 

실수요자들이 자금 소명에 따른 불편을 우려해 주택 구입을 포기하면 거래 절벽을 넘어 부동산시장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국민을 투기꾼으로 간주하는 사회주의 발상" "외제차·명품 구매자는 왜 자금 출처를 조사 안 하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가격·수요를 통제하는 반시장 정책에 매달리면 역효과만 낳게 된다. 대출 제한과 보유세·양도세 강화,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이 담긴 12·16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약한 경기 수원·용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학군이 좋은 서울 강남·목동 전세금이 치솟는 등 곳곳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부작용의 결과다. 지금은 시장을 왜곡하는 잘못된 처방보다 수요에 맞는 신축 아파트 공급 등 시장 맞춤형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2020년 1월 9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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