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아름답다고?
진란
꽃을 꽃답게 쓰면 이미 꽃이 아니라고
나비를 나비답게 쓰면 이미 나비는 죽은 것이라고
투미한 잔소리들이 성가시게 몰려들었다
꽃에게 물었다 어떻게 피는가
나비에게 물었다 어떻게 나는가
그들은 내게 물었다 넌 왜 사는가
우멍거지의 귀가 부끄러웠다
심장에 알러지가 꼼지락거렸다 붉고 더 붉게
봄이야 소리 내어 부르면 가려웠다, 몹시
한 권의 꽃들이
한 권의 나비들이
한 권의 빗물이
그리고 또 한 권의 바람이 휘잉
접힌 돌확 속으로 말려들어 갔다
사월 내내 잎새들이 가지를 흔들어댔다
꽃샘이 뿌리에 담금 질을 해대었다
이름의 무게를 재며 사내들은 시를 부렸고
그 앞에서 여자들은 화들짝 번들거렸다
꽃잔치에 멀미를 일으키며 달아나는 임대버스에게
술에 취한 나비들이 시덥잖게 물었다
저 길이 뒤집어지는 이유를 아세요?
저 길 위의 시가 아름답다구요?
동네 친구시인 진란의 시집을 펼쳤다.
이사가기 전 받았던 <혼자노는 숲>......
봄이 천지에 흐드러진 요즘,
봄과 함께했던 그녀의 예쁜 필치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눈으로 볼 때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그 아름다움이 그리운,
지금은 봄볓이 눈부신 5월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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