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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없이 이뤄진 속전속결 법안, 임대료 최대 5% 올릴수 있지만 세입자의 수용 의무는 명시 안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난달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때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한 차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면서 집주인에게 보장해주겠다고 한 '갱신 시 전·월세 5% 이내 인상'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드러났다. 민주당이 법안 신속 처리에 매달리느라 법안 심사를 졸속으로 하면서 빚어진 '입법 사고(事故)'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사고'는 민주당과 정부가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갱신 청구에 따라 계약을 맺을 때 임대료를 최대 5%까지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세입자가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조문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거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법안 6건을 하나로 합친 대안(代案)을 만들면서 기존 임대차보호법 7조에 '(이 조항에 따른) 증액 청구는 약정한 차임(임대료)이나 보증금의 5%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그런데 임차인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문은 만들지 않았다. 반면 세입자의 2년 전세 계약 갱신 청구에 대해선 집주인이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은 명확히 규정하고, 집주인의 전·월세 인상권은 강제력이 없는 임의 조항으로만 둔 것이다.

 

 

민주당은 이렇게 급조한 대안을 당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2시간 만에 일방 처리했다. 법안에 대한 소위원회 심사나 조문을 하나하나 살피는 축조 심사(逐條審査)는 생략했다. 문제의 7조를 비롯해 법안에 대한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이 법안을 상정하기 전까지 같은 상임위 소속 야당 의원이나 국회 전문위원들은 법안을 받아보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법사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한 개정안은 다음 날 국회 본회의에서도 1시간도 안 돼 짧은 찬반 토론을 거쳐 통과됐다. 정부는 그 하루 뒤인 31일 법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48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법안 상정부터 시행까지 졸속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집주인을 압박하기 위한 민주당의 '미필적 고의'에 따른 실수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대료·보증금의 증액 또는 감액을 일정한 요건에 따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문제의 조항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요건에 맞기만 하면 상대방 동의가 필요 없는 권리'라는 해석도 나오긴 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임차인이 (임대인의) 증액 청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꼭 5%를 증액해 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면 집주인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하거나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조정위 조정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서 세입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법원 소송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법원에서 임대료를 5%까지 올려도 된다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재판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집주인이 오히려 손해일 가능성이 크다. 세입자가 임대료 증액을 거부하면 집주인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 번에 4년짜리 계약을 맺는 셈이 돼 새 세입자를 들이는 집주인은 4년치 임대료 상승분을 미리 올려 받으려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사실상 4년짜리 계약을 맺는 집주인 입장에선 세입자를 바꿀 기회가 되면 최대한 올려 받으려 할 것"이라며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줄어 전세금 급등 등 세입자들의 고충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적정한 인상률로 합의할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2020년 8월 25일 조선일보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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