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 11:06

 

 

"계약후 세입자 말바꾸기 못해", `악덕세입자` 제동은 걸었지만

세입자 동의 증거 있어야 유효, 위로금요구 등 부작용 속출할듯

 

 

"1000만원 주면 집 뺄게요." 경기 용인에 거주 중인 A씨(40)는 몇 달 전 남편 일터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전세를 준 아파트를 팔기로 결심했다. 곧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고 A씨는 세입자에게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하니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11월에 집을 비워 달라"고 요청했다. 세입자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세입자는 말을 바꿨다.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나가지 않으면 매수자에게 계약금의 두 배인 1억20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 세입자는 최근 A씨에게 "이사비와 추가로 받게 될 전세대출금 등 1000만원을 주면 퇴거를 고려하겠다"고 요구했다. 정부가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는 일부 세입자 행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달 당초 법을 개정할 때 태도와 또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집주인에게 불리한 조건 투성이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세입자가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명확한 의사표현을 한 상태에서 이를 신뢰한 집주인이 집을 팔기 위해 매매계약을 맺었다면, 이후에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갱신청구권을 행사해도 집주인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례를 주택임대차법 제6조 3 제1항 9호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해석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세입자의 갱신청구권 포기 의사가 명확해야 한다. 다음으로 계약 갱신 시점 6개월 이전에 한 포기 의사는 인정하지 않는다. 또 매매계약이 체결된 뒤 세입자가 뒤늦게 갱신청구할 때로 한정된다. 물론 집을 사기로 계약한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는 사례에 한해서다. 법 개정 직후부터 최근까지 국토부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약정했더라도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바꾸면 임대인은 거절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사전 약정은 임차인 권리를 배제하는 불리한 약정이라는 이유다. 임차인에게 그야말로 `절대 방어권`을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세입자가 국토부의 기존 해석을 근거로 집주인에게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집주인에게 위로금 ○○○만원을 요구했는데 적정한 수준이냐` `왜 그것밖에 안 했느냐. 최소 ○○○만원을 요구하라`는 식으로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새로운 해석이 나왔음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세입자에게 명시적인 권리 포기 의사를 받는 게 어렵다. 서울 양천구 아파트를 소유한 장 모씨(44)는 "세입자가 포기 의사를 밝히는 대가로 웃돈을 요구해도 거부할 방법이 없다"며 "여전히 집주인이 `을`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세입자의 `명시적`인 전세갱신요구권 포기 의사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불명확하다. 국토부 관계자도 "세입자가 `알았다`고 말했다면 이를 `집을 비우겠다`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집주인 상황을 이해했으니 생각해 보겠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이런 부분까지 선을 그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이 지난달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어 유권해석이 한 달 만에 달라진 데 대한 불확실성도 집주인과 세입자 등 당사자가 감당해야 한다. 이 같은 해석이 있기 전에 세입자의 명시적 포기 의사를 받아둔 집주인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2020년 9월 12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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