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4일 종합대책 발표
추가대출 1억8천만원 → 내년 新DTI땐 1억2천만원
외환위기 20년, 경제생태계를 살리자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년 1월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개선한 신(新) DTI를 시행하는 한편 당초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내년 하반기에 앞당겨 도입하기로 했다. 또 저소득 가계의 소액 장기연체채무 소각 등 취약 차주 부담 완화 정책도 시행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3일 국회에서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가계부채 종합대책' 당정 협의를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 모두발언에서 "차주 상환 능력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DTI 제도를 개선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고, 2018년 하반기부터는 DSR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신DTI와 DSR가 도입되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힘들어져 신규 주택 구입 수요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기존 주담대 규모가 클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대출을 활용해 복수의 주택을 매입한 다주택자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우선 신DTI가 반영되는 내년 1월부터는 연소득 대비 상환액을 계산할 때 기존 대출 가운데 모든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한다. 현행 DTI가 새로 받을 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주담대의 이자만 반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DTI가 더 올라가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DSR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포함해 대출 상환액을 산정한다. 대출 한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사후적인 대출 규제 장벽을 더욱 쌓아올리기보다는 사전적인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에서 가계부채 부담이 큰 이유는 실질소득이 낮은 데 따른 생계비 부담과 투자 포트폴리오 부족에 따른 부동산 투자가 모두 가계부채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생계형 가계부채의 경우 한계 차주들의 부담이 커 향후 한국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521조원에 달한다. 당장 이 가운데 6%인 32조원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 자영업자에게 대출된 고위험 부채다. 또한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부동산으로 쏠리는 유동자금을 금융권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의 두 축인 은행과 자본시장을 선순환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리츠(REITs) 등을 통해 부동산 자금도 제도 금융권으로 흡수할 때 부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단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었다. 현재 소득이 7000만원이고 만기 20년, 2억원짜리 기존 주담대를 받은 직장인이 추가로 대출받아 서울에서 집을 살 경우 기존에는 2억원 대출의 연 이자인 700만원만 기존 대출의 연간 상환액으로 간주한다. 반면 신DTI가 도입되는 내년 1월부터는 여기에 기존 대출의 원리금을 상환기간(20년)으로 나눈 1000만원도 함께 반영한다. 만약 이 사람이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서울지역에서 7억원짜리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경우 기존 DTI로는 1억 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내년에는 DTI를 30%만 적용받아 1억2000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DSR 비율이 은행별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파장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현재 DSR를 사전운영 중인 KB국민은행은 DSR 300%, 즉 차주가 1년간 내는 모든 대출의 이자와 원금 상환액이 연봉의 3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 비중이 정식 운영 단계에서 향후 100%로 내려갈 경우 이자와 원금이 연봉을 넘으면 신규 대출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 신DTI, DSR 도입과 함께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빨라진 제2금융권의 집단 자영업자 대출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그는 "서민과 실수요자가 애로를 겪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강구하고,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함께 취약계층의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채무 상황에 애로가 있는 경우 연체 위험을 관리해 신속한 재기를 돕도록 하고, 과도한 대출 금리상승으로 인한 상환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채무 재조정이나 일부 채권 소각 방안도 포함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실질소득을 늘리기 위한 공급혁신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김 교수는 "주거·교육비 부담을 낮춰 실질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규제개혁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부채 요인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新)DTI : 신입사원 등 사회 초년생에게 현재 소득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만기(최장 30~35년)까지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생애주기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한도 산출 방식을 말한다.(2017년 10월 24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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