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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경기침체에 `깡통호텔` 급증…초라한 관광한국

 

 

 

 

 

 

숙박시설 경매 5년만에 최대, 감정가 90억 평창군 호텔

12회 유찰끝에 15억 낙찰, 과잉공급에 경기침체 겹치자

지방 숙박시설 버티지 못해, 1분기 제주 숙박시설 경매, 작년 0올해 32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 소재 `리벨리가족호텔`은 최근 경매에서 12회 유찰 끝에 152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 가격은 최초 감정가 90375만원에 비해 무려 75억원이나 내려갔다. 그나마도 응찰자는 달랑 1명이었다. 인근에 대관령 양떼목장, 오대산 월정사, 정선 레일바이크 등 관광 명소가 있어 한때 성황을 누렸던 건물치고는 값어치가 `` 떨어진 것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동 745-1 소재 비스타케이호텔 ○○○는 최근 경매에서 3회 유찰됐다. 입찰 최저가격은 감정가 35370만원 대비 절반도 안되는 12131만원이었다. 인근에 서귀포시청 2청사, 경찰서 등 관공서와 월드컵경기장 및 쇼핑센터가 있어 요지로 통하지만 `입질`이 전혀 없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 관광산업의 현주소가 이렇다. 동계올림픽이라는 메가급 이벤트를 치렀던 평창은 `올림픽 징크스`에 시달리며 벌써부터 슬럼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자면제 카드로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앞세워 한때 승승장구했던 제주는 `엔저`와 가성비를 앞세운 일본에 밀려난 지 오래다. 우리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들마저 한국을 외면한 채 주변국 동남아시아나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한때 관광 주요 7개국(G7) 부국(富國)을 넘봤던 한국 관광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호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이 대거 경매에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법원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숙박시설에 대한 경매 진행 건수가 237, 그중 낙찰 건수는 7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경매는 161건으로 1년 만에 1.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던 강원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경매물건이 가장 많이 쏟아졌다. 1분기 강원도 숙박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52건으로 전국 237건 가운데 21.9%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9건과 비교해 79.3% 증가한 것이다. 경매 건수는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동계올림픽과 중국인 관광객 호황기에 무분별한 시설 투자가 겹치면서 공급과잉이 빚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시설까지 급증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경매로 나오는 `깡통 여관·호텔`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강원 평창군에서 펜션업을 하고 있는 전 모씨는 "어쩌다 들어오는 예약도 하루짜리 단기 숙박이 대부분"이라며 "경기가 풀리지 않는 이상 정상적 운영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루즈선과 비행기를 타고 시시각각 몰려들던 유커 덕에 함박웃음을 지었던 제주 상황도 심각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유커 방문이 뚝 끊긴 데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이 가성비 최고의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하면서 지역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경매물건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곳도 제주도다. 제주도는 지난달 숙박시설 경매 진행 건수가 19건으로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에 진행된 경매 건수는 32건으로 작년과 재작년 같은 기간 각각 0건과 4건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201717800만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4098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한 제주관광공사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600억원을 들인 서귀포 미항은 작년 5월 설립 이후 무려 18개월째 개점휴업이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해 166척의 크루즈선을 받는다고 공언했던 계획은 중국 크루즈관광 여행사가 방문 일정 전체를 취소하면서 물 건너갔다. 제주도는 지난 6개월간 시설 유지비로만 23000만원을 날렸다.

 

한국 관광산업이 추락하고 있지만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국가적인 관광 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 정부는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하면서 업계와 정부의 연결고리인 `관광진흥비서관직`을 아예 없애버렸다. 대통령 산하 기구로 추진된 국가관광전략회의도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격하했다. 2일 매년 열리는 국가관광전략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인바운드 시장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할 한국방문위원회는 기업체 수장들이 줄줄이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박삼구 회장 이후 대행 체제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 등 관광 활성화 정책 전반을 리셋하지 않으면 이대로 몰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2019329일 한국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