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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

3월의 마지막 날 영월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봉래산 기슭, 아버님, 어머님께서 나란히 누워계신다. 작년 10월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생신. 작년 생신때 이미 건강이 많이 좋지 않으셨지만, 자식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었는데 이젠 기억 속에서 계실뿐이다...... 30년이란 세월을 함께했던 희노애락이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아쉬움과 후회로 나를 잠시 멈추게 한다. 아버님께서 좋아하셨던 봉래산, 그래도 두분이 함께 계시니 좋을것 같다고 애써 위로를 해 본다. 어머님이 잠드신 그 곳에만 예쁜 들꽃이 피어 있었다.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님은 봄이 되면 종로 꽃가게에서 늘 꽃을 사오시곤 했었다. 신기했다...... 3월의 마지막 날, 음력으로는 3월 초하루인 월요일 아침에 봄볕은 따뜻했다~~^^* 더보기
언니의 생일상 전화벨이 울렸다. "이모님, 다음주 토요일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어머님 생신도 있고 저희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서요." 작년에 결혼한 언니 큰아들의 며느리에게서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그래, 물론이지" 그래서 지난 주말에 남양주시에 사는 조카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조카 며느리는 시간에 맞추어서 예쁘게 상을 차려 놓았다.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레시피 찾아가며 노력했음이 느껴졌다. 머리를 긁적이며 부지런히 아내를 도와 보조를 했다는 조카. 집안 일이라고는 전혀 손도 대지않고 살았던 아들임을 폭로하자 잠시 웃음 바다가 되었다. 간단히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서 과일을 먹는 정도로 할 수도 있었을텐데, 더운 여름날 직접 시어머니의 첫 생일상을 차리겠다고 구슬땀을 흘렸을 그 마음이 곱게 전해져 왔다. 맛보다 .. 더보기
우리 어머님 우리 어머님, 결혼과 함께 30여년동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일정시대 연초조합의 공무원이었던 엄격한 부친밑에서,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아버님과 결혼하고 6.25를 겪으면서 고생은 시작되었다. 많은 고생속에서 5남매를 키우셨고, 시골 작은 마을에서 부녀회장을 하는등 젊은 시절의 호기는 대단 하셨다. 어머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고혈압, 당뇨로 고생하고 계시는데, 몇년 전부터는 치매 진단까지 받고,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더니 지금은 날짜와 사는곳도 모르신다. 어린아이처럼 기저귀를 차고 기어서 다니는 우리 어머님, 이젠 세상 모두가 혼돈으로 멤돌고 있는것만 같다. 그런 어머님을 지켜보면서, 함께 살아오는 동안 내가 가졌던 좋지 않았던 감정들보다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요즘이다. 천방지축이.. 더보기
어머님 28년이란 긴 시간을 함께 살고있는 82세의 우리 어머님. 세월이 흘러 다시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지난시간들을 모아 되돌아 보면, 좋은 시간도 있었지만, 힘겹고 어려웠던 시간이 더 많았다고 기억 하는건, 며느리의 불평인 걸까? 넓었던 당신의 공간들이 이젠 집과 작은 방 하나로 좁혀지고, 먹을 수 있는 음식 하나에 즐거워 하신다. 마음 한켠에 애잔함이 스치는게, 아마도 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인가 보다. 딸아이가 첫 월급 타서 생신겸 사드린 옷을 입고 마냥 기뻐하시며, 우리들이 요구하는 포즈를 취하신다. 사진속의 어머니처럼 오래오래 고운 모습이기를 기도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