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세계유산 핑계 개발 막더니…서울시의 딜레마

 

 

 

 

190억 남산 곤돌라 백지화 1사직·옥인 재개발 막아사대문 안 90m 고도제한도

도심 규제 명분 잃고도 "2019년 재추진" 요지부동

"최하등급인데 성공할까"`버티기` 행정 비판 높아져

 

 

  "도로 대부분이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 1m짜리 골목길입니다. 차도 못 다니고 주차도 못해요. 처음 온 사람들은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느냐며 놀랍니다." 22일 한양성곽 인근 지역인 서울 종로구 옥인1구역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무엇을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도 안 하고 시장 직권으로 재개발을 막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한양도성 딜레마에 빠졌다. 시는 그동안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성곽마을의 재개발을 막고 남산 곤돌라 사업을 백지화시켰다. 서울 사대문 안 건축물의 높이도 최고 90m로 규제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이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무산되자 시의 '졸속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는 지난 15일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이유로 성곽마을인 충신1구역, 경희궁과 한양도성 옆인 사직2구역, 서촌과 인왕산 근처인 옥인1구역의 재개발 사업을 시장 직권으로 막아버렸다.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재개발을 막은 명분이 없어지자 이 지역 주민과 조합은 망연자실 상태다.

 

  옥인1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 의사와 상관없이 시장이 직권으로 재개발을 막았다"면서 "그럴 거면 조합을 설립하고 재개발을 추진할 때 뭐하러 주민 동의를 받느냐"고 비판했다.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개발을 예상하고 대출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사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구역 내 빈집이 절반에 달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직옥인충신1 정비구역 주민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남산 곤돌라 설치가 갑자기 무산된 배경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있었다. 시는 지난해 2남산 예장자락을 보행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며 그 일환으로 명동~남산을 잇는 곤돌라를 만들겠다고 소개했다. 곤돌라는 190억원을 투입해 남산1호터널 앞 소방재난본부 앞에서 남산 정상까지 888m 길이로 설치될 예정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기존 케이블카가 하루 13000명을 수송하는데 개인이 독점 운용하고 있다"면서 "곤돌라가 신설되면 1만명 정도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곤돌라는 화석연료가 아닌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발표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이 사업을 백지화시켰다. 곤돌라 설치가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산은 관광객을 태운 대형 버스들이 뿜는 매연이 심각한 수준이다. 시는 남산을 대기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2018년부터 관광버스 등 화석연료 차량은 정상부까지 운행을 막을 계획이다. 관광객을 남산 정상까지 실어 나를 대안도 없이 190억원 관광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백지화시킨 것이다. 시는 또 2015년 한양도성 내 건물을 90m 이상 높게 짓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도 만들었다. 고층 빌딩이 남산 등 서울 경관을 가린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대문 안 높이제한 규제는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부인했지만 고층 빌딩 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에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도심이라는 특수성을 살려 압축 개발, 입체 개발을 하는 다른 도시들과는 비교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역사와 문화를 내세운 도심 규제의 근거가 사라졌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서울시는 2019년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그때까지 규제를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 MOS)의 예비심사에서 최하위 등급인 '불가' 판정을 받은 마당에 재추진한다고 성사될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꼭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문화유산인가"라는 '문화사대주의' 비판론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양도성 인근도 사람이 살 수 있게 재개발돼야 하며 남산 곤돌라 역시 경제 창출 효과가 크고 친환경적이란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2017323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