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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34평 19억 밑으론 팔지 말자” … 다시 고개든 집값 담합

 

 

 

 

정부 고강도 부동산 규제 등 영향

일부 주민 주도 중개업소 압박도

노무현 정부 땐 값 부풀리기 시도

담합 처벌할 마땅한 근거 없지만

거래 정보 공개 투명화돼 효과 의문

 

 

  서울 잠실역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는 잠실주공5단지. 초역세권에 3930가구 대단지라 송파구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최근 전용면적 8218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조합원 김모(43)씨는 지난 22일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놀랐다. 잠오(잠실5단지) 집값 지키기 운동본부란 곳에서 붙인 공지를 봤기 때문이다. 공지엔 현재 강남 아파트에선 가격 담합을 통해 매주 1억원씩 집값을 올리고 있다. 우리 단지도 일정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적혀 있었다. 구체적으로 “3620억원 이상, 35195000만원 이상, 3419억원 이상이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김씨는 집값 내려가는 걸 누가 좋아하겠느냐만 집값도 담합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이 붙였는지 모르지만 조합 측에선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민의 집값 담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를 중심으로 단지 내, 입주민 카페 등에 아파트를 팔 때 일정 가격 이하로 내놓지 못하도록 공지를 내는 식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낮은 가격에 거래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넣기도 한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시세를 너무 낮게 내놓는다. 올리지 않으면 각오하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입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집값이 줄곧 상승세를 탄 잠실5단지의 집값 담합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담합은 주로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된 지역에서 일어난다. 지난 10월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공지가 붙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변 아파트 단지 시세까지 거론하며 담합을 촉구했다. 당산동 A아파트 88000만원, 당산동 B아파트 7억원인데 우리 아파트는 57800만원이다. 소중한 재산을 절대 함부로 하시면 안 된다. 가격을 후려치는 부동산 사무실에 절대 매물을 주지 말자.” 9월엔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집값 담합 움직임이 있었다. 역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우리 스스로 아파트 가치를 낮춰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동마다 붙였다. 이 아파트는 공공분양 당시 45000만원 수준이었던 전용면적 84가 최근 8억원까지 올라 거래됐다. 하지만 여전히 인근 다른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낮은 편이다. 입주민 박모(56)씨는 지난해부터 주민들 사이에 집값이 저평가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값 받겠다는 걸 무조건 담합이라고 몰아세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에도 집값 담합 시도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잇따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데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했던 당시엔 가격을 부풀리기 위한 담합이 많았다. 결국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단속에 나섰고 아파트 담합이 확인되면 한 달 동안 각종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에 해당 아파트 시세 게시를 막는 조치까지 내렸다. 하지만 당시에 이런 행위를 담합으로 처벌 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의 주체는 사업체이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담합에 따른 피해를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파트 가격 담합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과거와 달리 주택 거래를 하면 실거래가가 공개되고 있는 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가격 정보가 쉽게 공유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단기간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칠 순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요·공급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담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지적 현상이라 당분간은 이런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다만 확산할 조짐이 나타나면 즉각 대처하겠다고 말했다.(20171229일 중앙일보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