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서울 집값 10전 11기...'학습효과' 믿고 집 사도 되나

 

 

 

 


1985년 이후 서울 집값 10번 하락, 하락 뒤 상승 반복하며 2.3배 올라
어두운 내년에도 '학습효과' 기대, 주택시장에 심리 영향 크지만
앞날 전망에 한계 많아 신중해야

 


  경제는 심리. 부동산도 심리. 온갖 악재로 둘러싸인 요즘 주택시장이 기대는 것도 이 심리다. 다름 아닌 학습효과아무리 규제가 강하고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내리더라도 결국 다시 오른다는 것이다정부만이 아니라 시장도 역대 최강으로 평가한 지난해 8·2대책 후 집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곧 되살아났다. 10년 전 금융위기와 21년 전 외환위기 충격에도 집값은 우상향이었다. 19861월부터 집값을 조사한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1986년부터 올해까지 33년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 서울 집값이 하락한 해가 10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엔 13.24%나 내렸다. 10번의 하락에도 서울 집값은 19861월 대비 현재 2.3배 올랐다. 이런 학습효과 영향으로 내년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란 믿음이 강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년 서울 집값 전망을 쉽게 ‘-‘로 보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도 학습효과다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학습효과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게 2000년대 초반이다. 외환위기를 벗어나 집값이 회복세를 탈 때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정체불명의 용어다. 주택시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이 생겨났다. 두산백과사전을 학습효과란 항목이 없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검색결과가 0건이다. 기획재정부의 시사경제용어사전도 마찬가지다.


 


  학습효과는 원래 학습곡선효과(Learning Curve Effect)를 말한다. 19세기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처음 주창했다. 일을 해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시간이 더 적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1936년 미국의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에서 비행기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노동 시간은 10~15%씩 줄어드는 것으로 입증됐다학습곡선효과에서 '곡선'이란 말이 빠지면서 학습효과로 단순해졌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원래 의미에서 경험상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뜻으로 바뀌며 일반적으로 쓰이게 됐다. 과거에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시간적인 선후 관계는 논리적인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주택시장에선 그렇지 않은 셈이다물론 주택시장에서 심리의 영향력은 세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2014년 쓴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에서 부동산은 팔할(80%)이 심리라며 단기적으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가격을 이해하는 데 핵심 변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심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근 미국의 권위 있는 민간연구소인 NBER에 흥미로운 연구보고서가 실렸다. 뉴욕대에서 집값 변동의 주요 요인으로 대출 조건(credit conditions)과 믿음(beliefs)을 연구했다. 보고서는 둘 다 현재의 집값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미래의 집값 예측에서 차이가 났다. 대출 조건 변화는 앞으로 집값 변화의 선행 지표지만 믿음에는 예측력이 거의 없었다.


 

 


  학습효과에만 의지한 집값 기대감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박원갑 전문위원의 말을 되새겨볼 만하다.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영향이 절대적이다(하지만)부동산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피적인 현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변수를 제대로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가 결딴나지 않는 한 집값은 자산 가치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오르겠지만 떨어질 땐 회복 시간과 속도를 따져봐야 한다. 서울 집값이 수도권 1기 신도시 입주 영향으로 19913월 정점을 찍고 내려간 뒤 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 11년 걸렸다. 금융위기 이후 20103월까지 오른 서울 집값은 다시 그만큼 상승하는 데 6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03월 기준으로 집값이 물가상승률만큼 따라온 건 최근이다. 20103월 대비 지난 11월 물가승률이 17% 정도이고 서울 집값 상승률도 같은 17%. 2010년 초 집을 산 사람은 2014년부터 집값이 오른 이후로도 5년이나 지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셈이다.(20181211일 중앙일보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