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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기의 미소/문화 산책

설야 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초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여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이 뜰에 내리면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디찬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눈이 많이 내리는 금년 겨울, 잠시 책장 앞을 서성이다가 한편의 시를 적어 보았다. 1980년 쯤일까? 친구가 직접 만든 아름다운 시집을 선물로 받았었다. 어느새 하얗던 종이는 누렇게 색이 변해가고, 잉크 빛도 흐려지고 있다. 오늘 문득, 한자한자 적.. 더보기
풀 풀은 안다 바람이 지나간다는 것을. 그래, 괜찮다. 잠시 휘청거려도 괜찮다. 뿌리만 흔들리지 않으면 다 괜찮다. 풀은 안다. 비가 멎는다는 것을. 그래, 괜찮다. 비와 눈물이 뒤섞여도 괜찮다. 뿌리만 떠내려가지 않으면 다 괜찮다. 너도 안다. 아픔은 지나간다는 것을. 슬픔은 멎는다는 것을. - 한글자 도서 본문중 - 보는 순간 마음에 확 안겼던, 서촌의 거리에서 만난 글입니다^^ * 을 흥얼거리게 되는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고운 가을 시간들 만나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달려라 피아노 페스티벌 달려라 피아노 페스티벌, 세종문화 회관 앞에서 이색적인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페인팅 작가들의 재능 기부로 새롭게 꾸며진 피아노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의 피아노 따로 또 같이 거리 공연장에서 함께하는 연주 피아노 기증 등으로 나눔의 즐거움도 함께 한다는 달려라 피아노 페스티벌. 나도 한곡 연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나가던 길이라서 급하게 사진만 몇장 찍었다. 달려라 피아노 @광화문은 10월 2일까지로 끝이났고, 달려라 피아노 @선유도 공원은 10일 3일부터 10일까지 선유도 공원에서 펼쳐진다고 한다. 부담감없이 함께하는 새로운 모습의 거리축제가 왠지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같다~~^^* 더보기
동전의 양면 동전의 양면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에 나갔을 때의 일이다. 적군은 아군보다 열 배나 많았고, 병사들은 '이제 삶이 끝나는 가 보다' 하며 겁에 질려 있었다. 이를 보던 알렉산더 대왕은 묘안을 떠올렸다. 그는 손에 동전을 하나 들고 모두에게 말했다. "신께서 내게 계시를 주셨다. 이 동전을 던져 나는 우리의 운명을 예측하고자 한다. 만약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온다면 승리할 것이고 뒷면이 나온다면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비장한 표정으로 동전을 높이 던졌다. 숨이 멈출 것 같은 긴장의 순간, 모두는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시했다. 동전의 문양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병사들은 앞면임을 확신했다. 승리의 확신에 찬 그들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열배나 되는 적을 격파했고, 전쟁에서 크게 승리했다. .. 더보기
DRUM CAT DRUM CAT 오랜만에 딸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았다. 을지로3가 명보 아트 홀에서 관람한 드럼켓은 그야말로 사운드 팩토리였다. 드럼등의 타악기와 전자 바이얼린으로 80분동안 연주를 이어갔다. 처음에 소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소리로 시작해서 소리로 이어가는 베틀과 열정의 연기는 대단했다. 단조로움이 느껴지는게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전자 바이얼린의 매혹적인 선율은 주로 타악기로 이루어진 공연의 백미처럼 아름다움을 선물했다. 우리나라 공연의 어려운 현실을 나타내듯, 관객 대부분이 외국 관광 여행자들이었다. 대사가 필요하지 않으니 함께 어울리기는 쉬웠지만, 큰 호응을 끌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듯 느껴졌다. 그래도 외국 관광객들과의 공연 연결은 현실을 이겨가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보기
This is not a Mirror This is not a Mirror 깨진 거울 속으로 무엇이 보일까? 북촌 골목길에서 한참을 바라 보았다~~^^* 더보기
풍경 달다 교보 빌딩 앞을 지나가다가, 가슴에 와 닿았던 시 구절... 정호승님의 를 찾아 옮겨 보았다~^^*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더보기
두 의자 (동화) 초록이 가득인 공원, 나무아래 긴 의자와 하늘이 훤히 보이는 중간쯤에 있는 의자는 사이좋은 친구입니다. 사람들이 찾지않는 조용한 시간에는 서로 바라보며 재미있게 이야기도 하고, 또 속상한 일이 생기면 위로도 하며 잘 지냈습니다. 어느날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고, 중간쯤의 의자는 비에 푹 젖었습니다. "아, 속상해. 비를 가려주는 나뭇잎도 없으니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같아." 힘이 없는 목소리로 중간쯤의 의자는 계속 투덜거렸습니다. "피~ 너는 좋겠다. 요즘 사람들은 너만 좋아하고, 나뭇잎이 비를 막아주니 훨씬 덜 젖었잖아." 질투를 하듯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때 바람 한줄기가 지나갔습니다. 나뭇잎에 고여있던 빗물이 마치.. 더보기
말레피센트 지방 선거가 있던날, 투표 때문에 집으로 온 딸아이 내외와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위가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위해 신중히 검색해서 결정했다는 영화 '말레피센트'를 CGV신촌아트레온에서 봤다. 안젤리나 졸리가 완벽한 마녀로 돌아왔다는 예고만 들었던 영화였었다. 오랜시간 우리 아이들이 보고 들으며 자라왔고, 수많은 동심에게 꿈을 꾸게했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마녀의 시각에서 조명한, 고정관념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자신의 출세와 이익을 위해서 쉽게 변심하는 인간의 비굴함에 대한 권선징악을 담고 있었지만, 진정한 사랑의 힘은 우리가 기대했던 백마탄 왕자님만은 아니라는 현실성도 담고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던 마녀의 키스가 진정한 사랑의 힘이 되었던 반전, 그 힘은 더 큰 사랑으로 승화.. 더보기
봄에 내리는 비 봄에 내리는 비 봄에 비가 내린다. 풀잎 사이사이로 깊숙이 뿌리속까지 파고든다. 아롱져 떨어지는 방울방울이 아름답게 맺혀진다 눈을 감고서 가슴을 펴고서 키를 크게 하고서 심 호흡을 한다 연이어 끊일줄 모르는 빗줄기 속에 다정한 미소가 있고 포근한 사랑이 있다 금방 잠에서 깨어난 한떨기 꽃망울의 정겨운 울 속에서 한층 더 자란 고운 얼굴 위로 봄에 고이고이 비가 내린다 - 1978. 5. 18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