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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랑의 공부하기/부동산 공부하기

집값·교통비·식비 안오른게 없어…중산층까지 "먹고살기 힘들다"

 

 

 

 

 

4년새 집값 2배 뛰는 동안 취득세 6·중개수수료 5
"새집 마련 꿈 접어야 하나" 최저임금·52시간제 영향
택시·버스요금 줄인상 압력 정책실패에 금리상승 맞물려
가계 생활비 구멍 커져 낭패 생계형 채무자 연체 증가 조짐
20~30대 신용회복 상담 늘어 생계비 인상 쓰나미위기의 가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자취하고 있는 유 모씨(28)는 택시비 인상 소식에 가슴이 답답하다. 유씨는 "250만원 월급으로 자가용을 구입하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상 지었다. 신용도 추락 위험의 경계선에 서 있는 생계형 근로자뿐 아니라 한국 중산층 가계에 `생계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값 급등세에 더해 쌀값, 버스·택시비, 휘발유값 등 생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목들이 줄줄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위기가 한국 경제 전반에 짙은 그늘을 드리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 말 서울 마포구 소재 전세금 45000만원짜리 전용면적 59아파트에 둥지를 튼 맞벌이 직장인 최민성 씨(가명·42) 부부는 두 자녀 취학을 앞두고 같은 아파트를 구입해보려 했지만 막대한 취득세에 망연자실했다. 집값이 2015258000만원에서 이달 기준 116500만원으로 갑절로 뛰자 취득세(지방교육세 포함)도 무섭게 튀어올랐다. 집값 상승에 따라 취득세율이 1.1%(6억원 이하)에서 2.2%(6억원 초과~9억원 이하)를 거쳐 올 들어 3.3% 구간(9억원 초과)으로 수직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세로 집을 살 경우 최씨가 내야 할 취득세는 약 3845만원으로 20152월 기준 취득세(638만원)6배에 달한다. 씨는 "광화문·을지로 일대에서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고 자녀들이 이 동네에서 자리 잡아 다른 동네로 옮기기도 어렵다""아파트 매수 타이밍을 놓쳐 두 배로 오른 데다 6배나 오른 취득세를 감안하면 답이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중개수수료도 232만원(부가세 별도)에서 1048만원으로 4 이상 뛰었다. 그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친구들도 자녀들이 커서 아파트 면적을 넓혀 이사하려고 해도 취득세와 복비(중개수수료) 부담에 선뜻 이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연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은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을 빼앗아버렸다. 택시·버스요금 상승도 중산층·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을 키우는 악재다. 택시·버스비는 서울을 비롯해 강원, 대구, 제주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오를 기세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택시·버스 운송사업조합들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생계비 인상 쓰나미가 몰려온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년 새 급등한 쌀값도 정부의 인위적인 수급 개입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8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그친 취업자 증가폭은 섣부른 `소득주도성장`이 낳은 고용 절벽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취업난 장기화에 각종 요금 인상으로 빈사 상태 가계가 속출하면서 중산층·서민들의 경제적인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년 전인 2012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수도권 외곽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직장인 양 모씨(38) 부부는 최근 가계부에 구멍이 났다. 늘어난 생활비에 더해 5년간의 고정금리가 끝나고 변동금리로 전환된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으로 계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양씨는 자녀 학습지와 피아노학원을 끊기로 했다. 택시비 인상 소식에 울상을 지은 유 모씨는 "가까운 지하철역이 없어서 버스를 놓치면 택시 말고는 답이 없는데 택시비가 한두 푼도 아니고 기본요금에서 1000원이 오르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할부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구입할까 생각도 했지만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이마저도 언감생심이다. 유씨는 구입한 지 3년이 지난 스마트폰 교체도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등 비용 증가에 요식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서민들의 비용 부담이 먹거리로 번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오르며 견디지 못한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밥집을 하는 이 모씨(54·)는 여기저기서 오르는 비용 때문에 범법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이씨는 "사람 쓰는 인건비도 오르고, 채소 값도 올해 너무 올랐다""김밥 싸는 데 밥이나 재료를 줄이거나 카드 결제를 안 받는 식으로 수지를 맞추려 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이 이렇게 계속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년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증가하는 가계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청년층은 점점 빚을 늘려가는 실정이다. 정순호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중앙지부장은 "예전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신용회복 상담을 위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대부분 소득이 열악한 일용직 임시직으로 현장 경기 위축으로 일할 시간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건 곧 소득 감소를 뜻하는 것"이라며 "생계형 채무자들의 소액 연체가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20181016일 매일경제 기사 참조)